12세 미만 소아에 대해 '코데인'과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 처방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 서한을 두고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유럽 의약품청(EMA)의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코데인·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 소아의 기침·감기에 사용치 않도록 최근 권고했다.
코데인은 체내에서 모르핀으로 전환되는데, 모르핀으로 인한 부작용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이 가능하나, 12세 미만의 경우 그 전환 양상이 더 가변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워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의약전문가에겐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은 12세 미만 소아의 기침, 감기에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호흡기가 약한 12세 이상 18세 미만의 기침, 감기에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을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권고했다.
식약처는 안전성 서한과 관련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28개 품목이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안전성 서한 발표 이후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우려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12세 미만 영유아 및 소아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데다 유치원, 학교 등 단체생활로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여건에서 주로 생활하다보니 기침, 감기를 달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디히드로코데인 처방 5명 중 1명 12세 미만'
실제로 IMS데이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처방받는 환자 5명 중 1명은 12세 미만이다.
올해 1분기 동안 처방된 디히드로코데인 처방 건수는 총 2433만 6673건으로, 이중 12세 미만 처방 건수는 전체의 약 20.5%에 해당하는 498만 1256건이다.
연령대별 처방건수로 봐도 20대 133만 2949건, 30대 232만 478건, 40대 288만 7850건, 50대 266만 8052건, 60대 340만 7374건, 70대 295만 1482건, 80세 이상 106만 5134으로, 12세 미만의 디히드로코데인 처방건수는 모든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육아 카페 등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에 대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물XX맘'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엄마는 모 육아카페에서 "아이들 감기에 처방돼 온 시럽 중 코데인 등이 함유된 의약품이 12세 미만 아이들에게 사용이 금지됐다고 한다"며 "처방받았거나 집에 남은 감기약 중에 이 성분이 있다면 약국에 버려야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엄마들은 "아이에게 이틀 먹였던 OOO 시럽도 포함돼 있다. 다음에 미리 알아보고 먹여야겠다", "기본적으로 특정 단어가 들어가는 약을 특히 주의해야겠다" 등의 입장을 보였다.
안전성 서한에서 언급한 대상 품목을 열거하자 "코데인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아이비엽 성분의 복합제를 추천한다"는 엄마도 있었다.
이러한 엄마들의 우려와 걱정으로 일선 소아청소년과의원엔 소아환자 보호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A 소청과의원 원장은 "방송과 일간지 등 언론에서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을 접한 엄마들과의 갈등이 적지 않다"며 "일부 엄마들은 따지듯 항의를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청과의원 원장은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 발표 이후 아이의 감기약을 처방받는 엄마들이 처방전을 유심히 살피는 것 같다"며 "마치 코데인이 소아과 의사의 윤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는 식약처가 의료현장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며 안전성 서한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소청과의사회는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를 단기간 추적진료 하면서 저용량으로 진통목적이 아닌 기침·가래 완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의료환경이 다른 유럽의 안전성 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발표 이전에 국내 전문가들과 상의를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올바른 대처에 대해 발표하는 태도가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의 올바는 태도다. 파급효과가 큰 안전성 보고 발표는 관련 학회 및 의사회와 사전 의견교환 및 조사 후에 함으로써 다시는 의료현장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라고 비난했다.
"아이비엽 복합제 등 대체 의약품 충분"
그러나 일부 소청과에선 안전성 서한 발표 이후 코데인 성분의 의약품 처방을 자제하는 곳들도 있다.
지방의 한 소청과의원 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코데인 성분 의약품을 많이 썼다. 안전성 서한은 권고의 차원일 뿐 쓰지 말라고는 안 했지만 개인적으로 쓰지 않는 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해서 미리 코데인 성분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구 프로그램에서 해당 의약품을 처방할 때 뜨는 안내 메시지도 처방을 바꾸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진료볼 때 코데인 성분 의약품을 처방하자 프로그램에서 안내 메시지가 떴다. 코데인 성분 의약품의 처방을 변경하게 된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며 "인위적으로 안 뜨게 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도 프로그램에서 안전성 서한 관련 메시지가 뜰 것이다"고 설명했다.
엄마들이 코데인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코데인 성분 의약품을 처방했다고 엄마들이 크게 우려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1~2년 쓴 약도 아니고 수십년 간 처방돼 온 약이다"며 "식약처 안전성 서한을 접한 이후 엄마들이 과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너무 불안해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의 걱정과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 또한 의사의 역할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소청과의원 원장은 "식약처가 두달 후에 결정한다고 해서 그때까지 쓰는 의사도 있을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안전성 서한을 접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은 당연히 염려와 걱정이 앞설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한 두달 코데인 성분 의약품을 더 쓴다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코데인 성분의 의약품을 대체할 의약품이 충분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비엽 복합제 등 코데인 성분이 없이도 기침을 완화하는 제품들이 있다"며 "코데인 성분과 아이비엽 복합제 등 비 코데인 성분 의약품 간 약효 차이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것이 훨씬 낫고 나머지는 효과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약제가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코데인 성분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