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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최전선 목숨 건 공보의들 "자비로 숙식 해결"

박양명
발행날짜: 2015-06-12 05:40:43

공보의협의회 "정부, 주먹구구식 현장 운영…역학조사관에 책임 전가"

자료사진
오전 9시 출근, 밤 11~12시 퇴근.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1일 8시간 근무가 웬 말. 13~14시간 근무는 기본이다.

밥도 자비로 사먹어야 한다. 잠은 보건소 인근 모텔에서. 물론 자비다. 집이 근처에 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텔을 선택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산 사태 최전선에 있는 역학조사관 공중보건의사 30여명과 경기도 평택시보건소에 파견된 공중보건의사 22명의 현재 모습이다.

11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인 평택 지역은 현재 메르스 방역 작업은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현장 운영은 '주먹구구'식이다.

현재 평택시보건소에는 보건복지부의 협조 공문에 따라 전국에서 파견된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공보의 22명이 근무 중이다.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인 평택으로 결집됐던 34명의 역학조사관 공보의는 삼성서울병원, 대전, 전라남도로 뿔뿔이 흩어졌다.

자비를 들여 숙식을 해결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다.

대공협은 크게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역학조사관 숫자가 턱없이 모자란데다 의학적 판단이 들어가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공보의에게 전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공협 관계자는 "역학조사관 교육을 수료하는 데만 2년이 걸린다. 공보의 3년차가 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공보의 34명 중 3년차 공보의는 5~6명 밖에 안 된다. 사태는 터졌고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도 제대로 안 된 신규 공보의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데 자가 격리, 능동 격리 등 의학적 판단에 대한 책임을 공보의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시로 불러들인 22명의 공보의 운영 방안도 뚜렷이 없는데다 사후정산을 약속한 숙식비 지원 여부가 분명치 않은 점도 문제다.

평택시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늘자 복지부는 인력 협조 공문을 보내왔다. 평택시에 모인 22명의 공보의는 두 팀으로 나누어져 역학조사관 지원과 비상 진료소에서 순환 진료를 하고 있다.

대공협 관계자는 "역학조사관 교육만도 2년이 필요한데 당장 지원을 한다고 뭘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업무 분장을 해놓고 일을 뭘 시킬지 모르니까 숙소에서 대기하라고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숙식비를 사후 정산해주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하루에 7만~8만원은 들어가는데 20명에 9일이면 1000여만원이 훌쩍 넘는다. 예산이 따로 편성된 것도 아니고 어디서 그 돈이 나올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이 밖에 대공협은 메르스 환자가 서울과 경기도 외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만 전국 보건소에 의료인 보호장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