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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에 효과 빠른 약 왜 안 썼나" 소송 건 환자 패소

박양명
발행날짜: 2015-07-02 05:31:21

서울고법 "의사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 있다"

발작에 효과 빠른 약을 안 써서 환자가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유족. 1심과 2심 법원은 잇따라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사지 강직, 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사망에까지 이른 환자 유족 측이 E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지 강직 증상으로 E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40대 환자 지 모 씨. 그는 20대부터 거의 매일 소주 3~4병씩을 마셨다.

의료진은 뇌 CT 검사를 했지만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고, 혈액검사 등을 통해 알코올 금단 발작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지 씨를 입원토록 했다.

그런데 응급실에 실려온 지 약 3시간 만에 지 씨에게 전신성 긴장간 대발작이 일어났고, 의료진은 발작 5분 후 아티반 1엠플을 정맥주사했다.

그럼에도 발작이 멈추지 않자 의료진은 아티반 1엠플을 근육주사했다. 그동안 지 씨의 혀에서는 출혈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25분간의 처치 끝에 발작은 멈췄는데, 이번에는 호흡이 멈췄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에피네프린 1엠플을 2분 간격으로 주사하고 기관 내 삽관을 시행했다.

하지만 지 씨는 식물인간 상태로 9개월 남짓 버티다가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 측은 ▲경과 관찰 과실 ▲발작에 대한 응급조치 등 과실 ▲삽관된 튜브에 대한 판독 및 위치 조정상 과실 ▲의사 작성 경과기록지 누락 등 입증 방해 행위 등을 주장했다.

유족 측은 특히 "발작 시작 후 5분이 지나서야 아티반을 주사하고 10분 후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아티반을 근육주사했다. 20분간 발작이 지속됐음에도 페니토인과 같은 항전간제 투약을 하지 않는 등 발작 조절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E병원이 지 씨의 의무 기록을 발급하면서 의사 작성 경과기록지의 심폐소생술 시작 시점을 수정해 입증 방해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한림대 성심병원의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를 인용해 유족 측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의사는 진료를 할 때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E병원 의료진이 지씨에게 아티반이 아닌 다른 약물을 근육주사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의무 기록 수정 부분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며 유족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간호기록지에 기재된 심폐소생술 시행 내용만으로도 심폐소생술 시작 시점을 특정할 수 있었고 의무기록상 시간과 관련한 기록은 간호기록이 정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