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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 좌담회|"메르스 사태에 시스템은 없었다"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5-07-03 05:40:41

①"메르스 병원 정보 공개의 명암…위기관리 소통 실패"

|메디칼타임즈 취재팀|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정국이 한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혼란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제는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

메디칼타임즈는 지난달 30일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며,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고민했다.

좌담회는 대한의사협회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고대의대 예방의학과)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영준 수원시의사회장,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이종은 평택시의사회장,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 황원민 건양의대 신장내과 교수(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질병관리본부 책임 몰이는 금물…매뉴얼은 허술"

최재욱 메르스 초동대응이 실패였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부분인데, 왜 메르스를 막지 못했을까를 먼저 얘기해봤으면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있겠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박진식 그래서 시스템을 만드는 질병관리본부가 잘못했으니 개편해서 처로 승격시키자는 등의 대안들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 1번 환자가 발생했던 때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마냥 질본에만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만약 1번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아무도 못 움직이게 하고 의료진부터 보호자까지 모두 격리해 상황이 초기에 진정됐다면 오히려 과잉대응하는 바람에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다. 메르스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가 출현해 또 같은 상황을 만든다면 결국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진행되면서 질본이 뭘 배웠나 생각해봐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질본이 이번 사태를 컨트롤하게 하고 질본이 갖고 있지 않은 권한과 자원을 배분해주면서 질본이 움직이에 했으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오더라도 잘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염병을 제일 많이 공부한 조직이 질본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은 질본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최재욱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질본이 선제적인 역할을 왜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되짚어 봐야 한다. 메르스에 대한 최신 정보를 갖고 있는 게 질본이다. 현재 수준에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최신 매뉴얼을 갖고 있어야 할 책임은 질본에 있다.

질본이 만드는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메르스는 생소하니까 매뉴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최신판으로 정확하게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5월 20일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 25일이 돼서야 메르스 대응지침 3-1판이 급하게 나왔다. 25일 전까지 기존에 있었던 메르스 대응지침 2판을 구경한 사람이 없다. 사실 2판의 내용도 부실했다. 구체적인 대응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 발생을 막지 못한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보 공개의 명암 "낙인효과"vs"꼭 필요하다"

최재욱 이번에는 정보공개 이야기를 해보자.

박진식 정보공개라는 게 병원을 공개해야 하는 건지 밀접접촉자 명단을 공개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의료기관 공개가 맞느냐, 아니냐보다는 밀접 접촉자를 어떻게 분류하고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했던 것 같다.

1번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공개했다면 '그다음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메르스 환자가 터졌다고 공개한 다음 행동지침이 해결 안 된 상태다. 정보 공개가 됐더라도 환자들을 아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 그 층은 모두 비워야 한다. 경영적인 것도 문제지만 다른 병원은 받아줄 수도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환자도 갈 곳이 없어진다.

이종은 그런 면에서 정보공개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평택성모병원도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을 때는 평택시내에 있는 다른 병원들이 환자를 안 받으려고 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니 전국에 있는 다른 병원에 전화를 해 보는 상황까지 생겼다. 자택 격리한 경증환자는 다음날 평택시의 다른 병원에서 몰래 가서 입원하기도 했다.

황원민 건양대병원도 처음에는 공개가 안되다가 6월 7일 공개했다. 그전에는 언론에 대전의 E병원이라고 나갔었다. 마침 대전에는 E대학병원이 있었다.

사람들은 E대학병원이라고 생각할 텐데 나중에 건양대병원이라고 하면 배신감을 느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 정보공개를 한다는 정부 방침을 듣고 우리가 먼저 안 알려주면 배신자가 되는 것 같아 기자회견을 했다.

이주호 결국 정보공개 문제는 병원 손실과 연관이 되는 문제다. 병원 이름을 공개했을 때 낙인 효과 때문에 병원 수익 면에서 부담스럽다.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 손해보상을 충분히 한다면 좋을 텐데 의료경쟁 체제 속에서 한 병원만 피해 본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니 초반에 공개를 안 하게 되는 것이다.

김영준 동의한다.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없음에도 경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효과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의료기관 공개를 하더라도 환자들이 안전하게 이용 가능하다는 식으로 병원을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메르스 환자가 왔다 갔다고 하면 부작용만 커진다.

최재욱 왜 이런 고민을 의사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공공의 목적에서 지시를 내려야 하는 부분이다.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국가가 국민과 의료진한테 자세하게 지침을 내려줬으면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안됐으니 자신감도 없고 예방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종은 맞다. 정부는 병동을 비우고 환자를 받으라는 매뉴얼도 없었고 확신도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밤 긴급브리핑 희생양 '35번'

최재욱 정부의 지나친 정보 통제로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나오면서 온 국민을 불신에 빠지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늦은 시각에 긴급 브리핑을 열어 35번 환자와 그의 이동 경로를 공개한 것 말이다. 35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의사다.

당시 박 시장은 팩트라며 35번 환자가 사람이 무수히 많은 곳을 다녀 문제가 된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유감이다. 그때부터 국민은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았다.

김영준 의사들은 박 시장의 발표를 듣고 35번 환자 이동 경로에서 메르스 의심 및 확진 환자는 한 명도 안 나온다고 장담했다.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박 시장은 국민 건강과 효율적 대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진정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주호 의사들과는 생각이 다르다.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청와대가 비공개 방침을 공개로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의료계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 타이밍이 없었으면 비공개 과정이 더 길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양면성이 있는 부분이다.

이종은 그때를 시점으로 정보공개를 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1명만 생겨도 불안감이 굉장히 컸다. 박 시장의 표현 방법이 조금 부드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장면이다.

소통전문가의 부재, 공포심만 키웠다

최재욱 정보공개는 됐지만 국민들이 정부 불신에 빠지는 결정적 원인이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위기관리 소통의 실패다.

전염병 관리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의학적으로 해결될 게 아니라 사회적 손실, 재해로 간다. 메르스는 사회적 재난이 돼버려 손실비용도 훨씬 커졌다. 위기관리 소통이 그래서 중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감염성 질환의 위기관리 소통의 6가지 원칙을 만들어 직원들이 외우게 한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우선 정부가 최신 정보를 가장 먼저 투명하게 제공하라는 것이다. 언론이 제공하기 시작하면 안 된다. 손실 부분은 보상하고 국민에게 반드시 협조를 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감염병은 불확정성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정부는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만들고 국민과 의료기관에 예고해야 한다. 근거 없이 국민을 지나치게 안심시키는 것도 안된다. 신뢰가 깨지는 지름길이다. 신뢰가 깨지기 시작하면 각자도생하는 것이다.

위험의 크기를 비교해서도 안된다. 사스나 신종플루 등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마다 위험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국민이 메르스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몇 가지만 이야기했는데도 우리나라는 이 원칙을 하나도 안 지키고 정반대로 하고 있다. 위기관리 소통 전문가가 없다.

이종은 그렇다.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한 것은 '메르스에 걸리면 죽는다'는 식의 보도 때문이다. 평택이 진원지다 보니 평택 사람들은 메르스가 뭔지도 모르고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학교는 휴교했다.

질본은 지역사회 감염이 없고, 공기 전파는 없다는 등 메르스가 어떤 바이러스라는 것을 기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 기자들이 확신을 갖고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공포심도 더 커진 것이다.

기자회견을 해도 기자들의 질문 90%가 평택성모병원에서 문고리를 만지고, 숨도 쉬었는데 어떡하나 등이었다. 정확한 정보를 질본이 선제적으로 줘야 한다.

박진식 소통 전문가가 필요하다가 말씀하신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재욱 1번 환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언론, 정부 모두 동요가 없었다. 그런데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나타나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니까 프레임이 잡혔다.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부는 정확히 설명을 못했다. 시스템이 안 돌아갔다는 지적은 두고두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병의원의 손실은 어느정도 될지에 대해 얘기해 봤으면 한다. 구체적인 이야기 부탁드린다.

[2편에 계속]

|정리=이지현・박양명・문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