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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옥죄며 곪은 보건의료…보건차관 도입 타당"

이창진
발행날짜: 2015-07-22 05:38:59

박형욱 교수, 국회 포럼 발제 통해 주장 "국가, 보건 책임 방기했다"

메르스 사태와 무관하게 보건복지부 예산 규모와 보건의료 분야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복수차관제 도입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형욱 교수.
단국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예방의학 전문의, 변호사)는 22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왜 필요한가' 국회 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은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신설 정부조직법안을 발의(2015년 4월 24일)한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과 메디칼타임즈 등 의약 9개 전문언론으로 구성된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공동 주최한다.

박형욱 교수는 주제발표문을 통해 "메르스 사태 후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보건 행정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주장하는 보건부 독립과 복수차관제 도입 전제 보건부 차관 신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 외청 승격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보건행정조직 개편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도 덧붙였다.

국민에게 피해를 초래한 공무원들의 조직을 키워주고 예산을 늘려주는 것은 책임 원칙과 신상필벌 원칙에 반하며, 메르스 사태 방역 공백은 조직이 작아서도 전문적 행정가가 없어서도 아닌 대응 부실이라는 것이다.

복수차관 운영 중인 부처와 보건복지부 예산 비교.(단위:백만원)
그는 보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제시하며 보건 행정조직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형욱 교수는 "2015년 복지부 예산 51.9조 중 약 80%인 41.9조가 복지 예산이며 보건예산 9.9조 중 건강보험 예산 7.7조를 제외하면 순수 보건의료 예산은 2.2조(복지부 예산 4%)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정부는 보건에 대한 책임을 민간 의료기관에 전가해 왔으며 건강보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옥죄어 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망해도 민간 병원이 망하고, 적자가 나도 민간 병원이 적자가 나는 것으로 국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수 있다"며 "국가가 제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데, 보건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속으로 곪고 썩어 온 것"이라고 질타했다.

일례로,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박리다매 식 생존 시스템인 민간 의료기관의 한계와 하루 500원에 불과한 감염관리료 등을 제시하며 메르스 충격으로 상급종합병원까지 휘청거리는 현실을 꼬집었다.

비용효과성에 집착해 의료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복지부의 모순점도 제기했다.

의사이며 변호사인 박 교수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관계에서 근본적인 법률은 의료법으로 봐야 한다"면서 "의료법에 의해 정당화된 의료행위 중 비용효과적인 의료행위는 보험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비용효과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비급여 의료행위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의료행위를 불법화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의료법과 건보법 관계에서 근본적인 법률은 의료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가 의료법과 건보법 관계를 도식화한 그래프.
메르스 확산 원인 중 하나인 응급실 남용 문제도 보건 행정조직 개편도 무관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대학병원 응급실은 한정적 사회적 자산으로 제대로 사용하려면 경증환자 이용을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하나 이는 보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보건은 건강보험 이전 문제이며 보건과 건강보험은 그 역할이 다르다. 이제 국가 보건 책임을 재확인하고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욱 교수는 끝으로 "복지부에 복수차관제 도입은 메르스 사태와 무관하게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며 "보건차관 자리를 신설하는 것 자체로 메르스 사태에서 제기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 결국 국가의 보건 책임을 재확인하고 예산, 조직과 권한, 인사 등이 필요하다"며 보건차관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