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과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는 23일 공동으로 감사원에 '대체청구 혐의약국 조사 및 처분과정에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처리 부적정성 및 직무유기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지난 2012년 '건강보험 약제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2009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환자에게 저가약을 조제하고 동일 성분의 고가약을 조제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혐의가 있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인 1만 6000여 개소에 이르고 있으나,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대체청구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심사평가원장에게 대체청구 혐의약국 중 현지조사를 의뢰하지 않은 약국은 현지조사를 실시하도록 대상 약국을 복지부에 즉시 현지조사 의뢰하고, 나머지 약국은 대체청구 여부를 확인한 후 부당이득금을 정산하는 등 대체 청구 데이터마이닝 모델 활용 제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고, 복지부장관에게는 심평원으로부터 현지조사 의뢰를 받고도 현지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대체청구 혐의 약국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조치사항을 통보했다.
전의총과 의원협회는 감사원이 지적한 대체청구 혐의약국에 대한 복지부와 심평원의 조사가 2014년 말경 종료된 것을 확인하고, 복지부와 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정보공개청구 및 민원신청을 해 조사결과 및 처분현황을 문제를 파악했다.
전의총과 의원협회에 따르면 복지부와 심평원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 월평균 부당추정금액 4000원인 서면확인 조사대상 기준 하한선을 6만원으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전체 조사대상 약국 수를 1만 6306개소에서 5990개소로 대폭 축소시켰다.
또한 복지부와 심평원이 대체청구 혐의약국의 약사법 위반(대체조제, 변경조제) 여부에 대해 소홀히 조사함으로써 의약분업의 근본원칙을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심평원이 앞장서 훼손했을 뿐 아니라 서면조사 및 주의통보 대상 약국은 약사법 위반 여부를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전의총과 의원협회는 약국의 불법 대체청구로 인해 환자에게 환급해줘야 할 과다본인부담금 99억 원 중 심평원이 서면확인 및 주의통보 대상 약국에 대해 약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지 않아 38억원을 환자들이 영영 환급받을 수 없게 됐으며, 복지부와 심평원, 공단 간의 협업부재로 환급처리 과정에 심각한 문제를 노정시켰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약국의 대체청구 유형에 따라 부당이득금 정산방식이 아주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심평원과 복지부는 이러한 지침을 무시하고 오로지 처방전 기재 의약품과 대체조제 의약품 간의 약가 차액만을 부당이득금으로 정산하는 치명적인 직무유기를 범했다고 꼬집었다.
전의총과 의원협회는 "결과적으로 약국의 광범위한 불법 대체청구 관행으로 인해 상당한 건강보험재정이 누수되고 국민의 약값 부담이 증가했다"며 "무엇보다 국민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감사원의 통보내용에 따라 대체청구 혐의약국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처분을 실시했어야 하나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복지부와 심평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의총과 의원협회는 "감사원이 지적한 대체청구 혐의약국에 대한 조사 및 처분과정에서 복지부와 심평원의 업무처리 부적정성 및 직무유기에 대해 엄중한 감사를 시행해 줄 것을 감사원에 청구한 것"이라며 "또한 감사원 감사에서 복지부와 심평원의 업무처리 부적정성 및 직무유기가 확인된다면, 감사원이 통보한 1만 6306개소의 대체청구 혐의약국 모두에 대해 전면 재조사하도록 복지부와 심평원에 조치사항을 통보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와 함께 약국의 불법 대체청구로 인해 환자들이 더 많이 낸 과다본인부담금을 모두 다 환급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의총 나경섭 공동대표는 "감사원이 지적한 불법 대체청구 혐의약국 1만 6306개소 중 단지 3.1%인 502개 약국 만이 약사법 위반에 따른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며 "복지부가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한 약국은 전체 혐의약국의 5.5%에 불과한 895개소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 공동대표는 "이는 심평원과 복지부가 대체청구 혐의약국에 대한 조사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상 부당이득금 정산에만 치중하고 약사법 위반에 대해서는 봐주기 식으로 소홀히 취급한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약국의 불법 대체청구로 국민이 약값으로 100억원이나 더 부담해야 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그는 "2009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감사원이 지적한 대체청구 혐의약국들의 추정부담금액은 330억원이었는데 이중 30%인 99억원이 바로 환자들이 약국에 더 많이 낸 과다본인부담금이었다"며 "약국의 불법 대체청구는 환자들이 부당하게 약값을 부담하게 할 뿐 아니라 불법 대체조제로 국민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피해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불법 대체청구 약국에 대한 봐주기 식 조사로 의약분업의 근본원칙이 훼손됐다며 의약분업을 폐기하고 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나 대표는 "의약분업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가 조제함으로써 의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방지하고, 의사의 진료·처방 및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의 이중 점검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국민건강 보호 및 증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라며 "의약분업 시행으로 의사들은 조제권을 약사들에게 송두리째 빼앗긴 반면, 약사들은 배타적인 조제권을 부여 받았다. 그런데 불법 대체청구 행태를 통해 배타적인 조제권을 빼앗은 약사들이 의사들의 처방권과 국민들의 건강권까지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사들이 의사의 사전동의나 사후통보도 없이 그리고 환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싼 약으로 불법 대체조제하고 원래 처방약으로 부당청구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대체청구 혐의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에 달한다는 사실은 약사들의 불법 대체청구 관행이 아주 만연돼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의약분업을 적극 찬성했던 약사들에 의해 의약분업의 근본원칙이 완전히 훼손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의약분업의 주무부처로서 약국의 불법 대체청구 관행을 근절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복지부와 심평원은 오히려 봐주기 식 조사와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은 더 이상 의약분업을 존치해야 할 이유가 사라져버린 것을 의미한다"며 "의사들만 지키는 의약분업,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약값 부담을 가중시키면서도 오히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의약분업을 완전 철폐시키고 선택분업을 도입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