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보건의료계와 중앙 부처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후속 종합대책으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직개편 방안은 메르스 사태로 불거진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의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풀이된다.
개편 당사자인 복지부는 말을 아끼면서도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무원은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 보건복지부 복수차관 신설과 질병관리본부 격상 등 여러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본부와 질본 기능과 역할 강화 등을 감안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중앙부처 조직개편 실무 키를 쥐고 있는 행자부는 청와대 하명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메르스 종식 선언 전 종합대책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면서 "청와대와 복지부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필요하면 법률 개정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달 안에 메르스 후속방안으로 감염병 관련 의료정책과 수가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복지부 복수차관제는 정부 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당정청 조율 후 방침이 정해지면 기존 개정안이나 정부 입법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복지부 복수차관 신설과 질병관리본부 격상 등은 최고 인사권자인 대통령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현재까지 청와대는 보건복지부 조직개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보건의료계도 보건차관 도입 여론이 어느 때보다 무르익은 상태이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왜 필요한가' 국회 정책포럼에서 "복수차관제는 당연히 도입돼야 한다. 문체부도 복수차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와 복지 전반을 담당하는 부처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균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형선 교수는 "한 나라의 국격에도 관련이 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꼭 복수차관제가 도입됐으면 한다"며 복지부 보건차관 신설 당위성을 역설했다.
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도 "복지부가 보건·의료와 복지 업무를 혼재해 처리함에 따라 보건의료를 중점적으로 처리하기 어렵고 종합적인 조정기능이 미흡하다"며 "비전문가의 의한 정책결정이 다분하다. 보건의료 업무를 총괄할 수 있도록 복수차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와 보건의료계의 복수차관 여론 확산에 내심 기대감을 표하면서 청와대 최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