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감염이 일어난 지 이틀 만에 항진균제를 투여한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족 측은 1심에서 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을 2심에서 펼쳐 병원으로부터 일부 승소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고도의 심비대, 인공판막 심내막염 등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강원도 A의원과 서울 S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의원은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환자가 수년 동안 이용하던 곳이고, S대학병원은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찾은 곳이다.
유족 측은 1심에서 칸디다균 감염에 대한 치료가 늦었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족 측의 완패.
2심에서 유족 측은 1심에서 했던 주장들과 함께 병원감염에 대한 의료진의 처치가 늦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사건을 찾아보면 이 환자는 평소 당뇨병과 고혈압을 갖고 있었고 A의원에서 흉부 X선 검사를 받으며 당뇨병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그러다 A의원 원장은 흉부 X선 검사에서 대동맥 폐쇄 부전증, 심부전 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대학병원을 전원 조치했다. 이 환자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환자는 당뇨병 치료를 위해 A의원을 꼬박 찾았다. 환자는 숨이 차고 가래가 생긴다고 호소했고 그때마다 A의원은 흉부 X선 검사를 실시했다. 방사선과 전문의에게 판독을 맡긴 결과는 '심장이 커져있고, 판막 수술 후 상태, 양측에 늑막 비후 소견, 폐실질에는 이상 소견이 없다'였다.
이에 따라 A의원 원장은 항생제, 거담제, 소염진통제, 코감기약을 처방했다.
문제는 환자가 가래 증상이 계속되는 데다 숨쉬기마저 힘들다며 S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부터 발생했다.
의사와 상담을 하던 중에 청색증이 나타났고 입에 거품을 물어 심장마사지까지 받았지만 환자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이때부터 환자는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으며 거동이 불가한 반혼수 및 사지 완전마비 상태에 이르러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일상이 3년여 이어졌다.
그러던 중 소변에서 칸디다균이 발견됐다. 그런데 의료진은 칸디다균을 최종 확인하고도 이틀이 지나서야 항진균제 플루코나졸을 투약했다.
그사이 환자에게 발열 증상이 계속됐고 감염내과에 협진을 의뢰한 결과 발열 원인이 요로 감염에 의한 패혈증(칸디다 패혈증)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환자는 칸디다균 발견 후 한 달여를 버티다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A의원과 S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의원에는 ▲환자 경과 관찰 및 치료 소홀 ▲증상 호전 없음에도 추가 검사하지 않음 ▲설명의무, 전원 권고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S대학병원에는 ▲응급실에 수련의만 있었으므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및 시행규칙 위반 ▲호흡곤란 환자를 뒤로 눕힘 ▲응급처치 부실 ▲칸디다균 감염 발생했음에도 항진균제 투여 지연 등의 잘못을 지적했다.
법원은 2심에서 새롭게 추가된 주장인 병원감염 대처 소홀 부분에 대해서만 병원의 책임을 물었다. 병원의 손해배상 금액은 1600만원, 책임비율은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반혼수 및 사진 완전마비 상태로 3년 이상 입원한 환자는 칸디다균에 감염되면 패혈증을 일으키기 쉽다. 칸디다 패혈증은 쇼크를 수반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중한 질환이기 때문에 항진균제를 즉각적으로 투약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는 환자에게 패혈증이 발생하면 합병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심잡음 청취 및 심초음파 검사를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호흡기내과 의료진은 감염내과의 협진 회신을 받고도 특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