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의료산업화와 원격의료 추진은 위험한 시기상조 정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보건복지에 대한 개선 없이 의사 출신 장관 내정자 임명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전북 고창부안)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가진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60, 서울의대 교수, 정형외과 전문의)에 대한 우려와 바람을 밝혔다.
이날 김춘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장관을 내정했어야 했다"며 "메르스 사태 후 보건의료가 취약하다는 지적과 보건부 분리, 복수차관 도입,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등 정부의 방침이 먼저 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진엽 장관 내정자와 보건의료 행사에서 몇 번 마주친 기억이 난다"면서 "평생 대학병원 교수로 보건의료에만 있었던 이로, 복지 분야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100조원이 넘는 복지를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국무회의 석상이나 개인적인 관계로 정부와 예산당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매번 기재부 벽에 막혀 복지정책 그림을 못 그렸다"며 "정치력 있는 사람은 예산문제를 과감하게 관철시켜 나가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은 시키는 대로 하면서 되는 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춘진 위원장은 "보건복지 정책에는 난제가 수 없이 많다. 새로운 틀의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국회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정진엽 장관 내정자가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며 "여야도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에 치우진 검증보다 정책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춰 보건복지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꼼꼼히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진엽 장관 내정자의 원격의료(스마트폰) 특허 출원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원격의료가 발전시켜야 할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은 의료법에 허용된 의사와 의사 간 원격의료가 바람직하다"며 "대면진료도 오진이 있는 마당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의료 오진과 환자 사망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8월 6일)을 통해 밝힌 정부의 의료산업화 강행 입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의료수준 발전 배경에는 인술이 전제돼 있다. 그래서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으로 규정된 것이다"라며 "의료기관에 외국에 나가서 돈 벌어오라는 정부는 대한민국 빼고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돈 벌자고 하면, 자칫 어글리 코리안이 될 수 있다, 지금 중국 환자의 한국 성형수술 상황만 봐도 작은 문제가 크게 부풀려져 한국의료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며 "병원 건립보다 해외의료 봉사를 통해 이미지를 쌓고 부수적으로 국산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의료산업 육성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의료영리화 차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봐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환자 유치와 함께 의료기기, 제약 등 양쪽의 수레바퀴가 같이 굴러가는 선순환 구조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7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로 이번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와 청문회 자료제출 기간을 감안할 때 오는 24일 전후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