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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사, 뒤늦은 보고로 태아장애 유발…산부인과 책임"

박양명
발행날짜: 2015-09-15 12:07:55

서울중앙지법 "조산사가 보고없이 의료행위…1억여원 배상하라"

조산사가 임신부 출산 시기를 자체 판단하고 항생제 등 약물투여까지 한 후에도 환자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뒤늦게 의사에게 보고한 산부인과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정은영)는 최근 제왕절개수술의 지연으로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됐다며 부모 측이 서울 Y산부인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산부인과가 손해배상해야 할 금액은 1억2895만원. 책임비율은 80%였다.

전 모 씨(36)는 임신 27주째부터 Y산부인과에서 수중분만을 예정하고 정기적으로 산전진찰을 받아왔다.

임신 41주째 새벽, 분만 진통이 있어 전 씨는 Y산부인과를 찾았고 당직 중이던 조산사가 내진과 NST 검사 후 불규칙한 진통으로 입원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며 귀가 조치 시켰다 이 대 태아심박동수는 분당 160~175회로 태아빈맥 상태였다.

같은 날 저녁 전 씨는 다시 분만 진통으로 산부인과를 찾았고 이 때도 전 씨 담당 조산사가 분비물 검사 결과 태변이 섞인 야수가 나온 것을 확인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했다. 이후 조산사는 전 씨에게 수액공금, 산소공급, 김호흡 유도 조치만 거듭했다. 태아 심박동수는 계속 빈맥 상태였다.

전 씨가 분만 진통으로 다시 Y산부인과를 방문한지 2시간 30분이 지나도록 태아 빈맥이 지속되다 만기태아심박감속 증상이 나타나자 그제서야 조산사는 태아곤란증으로 판단하고 당직의에게 보고했다.

당직의는 전 씨 진찰 후 곧바로 태아곤란증 진단을 내리고 응급제왕절개술을 실시했다.

그러나 3.1kg으로 태어난 아이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태변착색이 심하고 울음 및 활동이 허약해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만 했다.

현재 아이는 저산소성 뇌손상, 폐동맥고혈압 등의 상태로 전반적인 발달지연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지, 미세운동, 언어 등의 영역이 지연된 것으로 관찰 돼 향후 여러가지 형태의 발달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아이의 부모는 Y산부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조산사의 보고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제왕절개수술 지연 ▲분만 후 응급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 등을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 측의 주장을 대다수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조산사가 의사한테 보고도 없이 불규칙 진통이라는 이유로 귀가 조치하고 항생제 투여, 수액공급, 산소공급, 심호흡 유도 등의 조치만 하다가 보고했다"고 지적하며 "보고의 지연은 조산사로서의 보고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Y산부인과는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제왕절개술을 결정하고도 약 50분이 지나서야 마취가 이뤄졌다"며 "이를 감안하면 의사가 산모 상태를 미리 보고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컸다"고 판시했다.

분만 후 태변착색이 심했던 아이에 대한 응급조치도 소홀히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이가 큰 병원으로 이송시까지 적절한 산소공급을 받거나 체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Y산부인과 의료진은 환자에게 기관내 삽관을 통한 태변 제거 및 산소 공급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응급처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