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서울 H병원에서 발목이나 슬관절 인대 손상 치료를 받은 환자 23명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을 요청했다. H병원은 이들에게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치료술(PRP)을 하고 그 비용으로 총 2148만원을 받았다.
#. 2012년 환자 147명은 서울 Y병원에서 근육과 인대 손상 치료를 받고 낸 비용이 적정한지 심평원에 확인을 요청했다. 환자들은 적게는 15만원부터 많게는 240만원까지 비용을 냈다. Y병원은 자가혈 증식치료 및 자가혈소판 풍부 혈장치료술(Platele-rich plasma, PRP) 등을 실시하고 비급여로 비용을 받았다.
#. 2013년 환자 23명은 서울 R정형외과에서 증식치료 및 PRP 치료를 받고 낸 비용이 적정한지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신청을 했다. R의원이 이들에게 받은 진료비는 총 3767만1520원이었다.
심평원은 각 병원에 "PRP는 연구단계 기술이라서 시술비용을 환자에게 받을 수 없다"며 비용을 돌려주라는 통보를 했다.
"PRP는 신의료기술이 아니고, 법정비급여 항목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에게 시술을 하고 돈을 받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
심평원에 따르면 2011~2014년 PRP 진료비 확인 신청을 통해 환자에게 환불이 된 건수는 2000건이다. 진료비 확인 신청 건수는 2011년 1500건에서 지난해 200건으로 점차 줄고 있다.
PRP는 자가혈에서 추출한 혈소판이 농축된 혈장, 즉 PRP를 뼈 결손 부위나 연부 조직 재생이 필요한 부위에 적용해 조직의 치유나 재생을 촉진하는 시술이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지난 2010년 "PRP 치료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고 조직의 치유나 재생 정도에 있어 유효성을 증명하기 어려워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심평원과 대한의사협회는 치료 목적의 PRP는 진료비 환급 대상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대신 미용 목적의 PRP 시술은 비급여가 가능하다.
심평원은 대한재활의학회를 비롯해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척추외과학회, 대한슬관절학회 등 유관 학회에 PRP 치료를 증식치료와 함께 실시하는 시술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다.
이들 학회는 일괄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진료비 환불 대신 소송 선택한 병의원, 그 결과는?
그런데 위에서 예를 든 3개 병의원은 진료비를 환불해 줄 수 없다며 법정 싸움을 선택했다. 심평원을 상대로 진료비 반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H병원은 1심에서 "PRP 치료가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법정비급여 항목인 증식치료 비용을 받았을 뿐, PRP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R정형외과 역시 1심 소송에서 "PRP 증식치료라고 하지만 법정비급여로 인정된 증식치료를 실시한 것"이라며 "PRP 치료비는 안 받았다"고 밝혔다.
또 "PRP를 포함한 자가혈 사용은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이미 인정됐기 때문에 신의료기술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신의료기술평가대상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1심 결과는 소송을 제기한 병의원의 참패.
1심 재판부는 "증식치료 법정 비급여 고시는 증식치료의 자극 용액을 덱스트로스 용액으로 특정하고 있다"며 "PRP를 사용한 증식치료가 법정비급여로 인정된 증식치료 범위에 들어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들 병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하면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들 3개 병의원과 진행 중인 PRP 소송은 2심이 11건, 1심이 6건이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 보면 재판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다지는 2심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재판장 장석주)는 서울 R정형외과의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반환 처분 취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결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의 사실조회 결과를 인용해 "현재까지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PRP는 성장인자가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약리적 효과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PRP 치료는 유효성 입증을 위한 근거 쌓기가 한창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한적 의료기술평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2014년 10월부터 3년 동안 5개 의료기관에서만 비급여로 치료 목적의 PRP 시술을 할 수 있다"며 "안전성은 입증이 됐고 유효성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5개 의료기관은 차의대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조선대병원 정형외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