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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사항 변경 피한 디히드로코데인, 옛 영화 찾을까

손의식
발행날짜: 2015-09-24 05:27:23

제약업계 "안전성 서한에 처방 위축, 중앙약심 결과 근거로 회복 총력"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서한에 울상을 짓던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결과에 얼굴을 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식약처는 유럽 의약품청(EMA)의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코데인·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 소아의 기침·감기에 사용치 않도록 권고했다.

코데인은 체내에서 모르핀으로 전환되는데, 모르핀으로 인한 부작용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이 가능하나, 12세 미만의 경우 그 전환 양상이 더 가변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워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이었다.

당시 식약처는 안전성 서한과 관련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28개 품목이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개원가에 따르면 식약처 안전성 서한 발표 이후 엄마들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의 A 소청과의원 원장은 "방송과 일간지 등 언론에서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을 접한 엄마들과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며 "일부 엄마들은 따지듯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청과의원 원장은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 발표 이후 아이의 감기약을 처방받는 엄마들이 처방전을 유심히 살피는 것 같다"며 "마치 코데인이 소아과 의사의 윤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이러다보니 상당수 개원가에서는 환자 및 보호자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처방을 변경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방의 한 소청과의원 원장은 "예전에는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많이 썼다. 안전성 서한은 권고의 차원일 뿐 쓰지 말라고는 안 했지만 개인적으로 쓰지 않는 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해서 미리 코데인 성분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청과의원 원장도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은 보호자들, 특히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안전성 서한이 나오면 관련 의약품은 그 날부터 못 쓴다고 봐야 한다. 엄마들이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의사보다 먼저 알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중앙약심이 디히드로코데인의 허가변경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로 인한 갈등은 일정 부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중앙약심은 최근 '약효및의약품등안전대책분과위원회 안전성정보소분과위원회'를 열고 디히드로코데인에 대한 현재 허가사항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는 위험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금지까지 할 필요 없으며, 소아의 경우 기침으로 인한 고통이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에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참석 위원들의 의견이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몇 십 년 간 처방하던 약인만큼 안전성도 확보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앙약심의 결과에 가장 반색하는 쪽은 해당 제약사들이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 안전성 서한 이후 개원가에서는 처방이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지만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계절성 제품이라는 점에서 5~8월은 다른 계절에 비해 일반적으로 처방이 줄어든다. 때문에 이 데이터만을 가지고 식약처 안전성 서한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다른 제품보다 10% 선에서 매출이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감기 시즌인 4분기 시장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중앙약심의 결과는 그동안 위축됐던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처방을 늘리는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중앙약심의 결과는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마케팅에 키메시지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식약처 안전성 서한 이후 위축됐던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처방을 늘리기 위해 (영업사원들이 중앙약심 결과를)포커싱해서 개원가에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서도 마음 놓고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처방하게 됐다는 점에 반기는 모양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에 대해 지난 5월 21일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를 단기간 추적진료 하면서 저용량으로 진통목적이 아닌 기침·가래 완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의료환경이 다른 유럽의 안전성 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당시 소청과의사회는 "약제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 국내 현실과 학술적인 고려없이 외국의 조치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일방적으로 발표해 의료현장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감을 야기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중앙약심의 결과는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의사의 처방 재량권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소청과의사회 양정안 홍보이사는 지난 23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약을 처방할 때 약의 효과나 부작용도 보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의 우려나 환수조치 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며 "이런 점에 비쳐볼 때 중앙약심의 결과로 안심하고 약을 처방할 뿐 아니라 자신이 좋다고 믿는 약을 소신있게 처방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식약처 안전성 서한이 가진 문제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양정안 홍보이사는 "식약처 안전성 서한을 발표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에 관련 자료가 얼마나 있는지 사례를 먼저 봤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철저한 조사에 근거해 우리나라에 맞는 기준을 세웠어야 하는데 안전성 서한부터 발표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