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당직의료인 배치 기준을 위반했다며 법적 책임을 묻던 정부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의료법에 당직의료인 배치 숫자를 명시한 구체적 위임 조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부산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성금석)는 최근 당직의료인 배치 기준을 어겨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경상남도 A요양병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A병원은 약 한 달 동안 응급환자와 입원환자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으로 의사 1명, 간호조무사 2명을 뒀다. 간호사 2명을 둬야 한다는 의료법 시행령 조항에 어긋난 조치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 당직의료인 배치 기준을 어겨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100만원 형을 선고했다. 이때 근거로 작용했던 법 조항이 의료법 41조와 의료법 시행령 18조, 처벌 규정을 담고 있는 의료법 90조다.
의료법 41조는 당직의료인에 관한 조항으로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둬야 한다.
의료법 시행령 18조는 41조에 근거해 당직의료인 숫자를 규정하고 있다. 각종 병원에 둬야 하는 당직의료인 수는 입원환자 200명마다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둬야 한다. 정신병원과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은 예외다.
2심 재판부는 1심 결과를 뒤집고 A병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의료법 41조는 당직의료인을 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수는 대통령령 하위 규범에 어떤 위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모법인 의료법에 구체적인 당직의료인 수를 규정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때 시행령의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시행령 18조는 모법인 의료법의 위임 없이 당직의료인 수를 규정하고 있다"며 "18조까지 의료법 90조에 의해 처벌하는 것은 법률의 구체적 위임 없는 명령에 의한 처벌이자 형사처벌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