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종 플루 대유행으로부터 부각된 호흡기 질환, 그중에서도 폐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최근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메르스 감염자 및 사망자 중 일부가 폐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가들은 메르스와 폐렴과의 상관관계에 주목했으며, 메르스 종식을 위한 일환의 하나로 폐렴환자 전수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메르스 첫 확진환자를 비롯해 14번째 환자, 84째 환자 등이 모두 폐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은 당시 "메르스의 빠른 종식을 위해 전국 병원에 입원 중인 고열 폐렴 환자들을 찾아내 메르스 조사를 실시하자"며 "날짜를 정해 유행 지역 병원의 폐렴 입원 환자를 일제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폐렴은 유·소아 층 진료인원이 많고, 노인의 주요 사망요인으로 부상되고 있는 만큼 어린이뿐 아니라 노인을 포함한 성인들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2009~2013년)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심사 결정 자료를 이용해 폐렴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9년 약 135만 3000명에서 2013년 약 147만 5000명으로 5년간 약 12만 2천명(9.0%)이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2.2%로 나타났다.
총진료비 역시 2009년 약 4493억원에서 2013년 약 6231억원으로 5년간 약 1738억원(38.7%)이 증가했다.
폐렴 진료인원의 경우 10세 미만 진료인원이 전체 진료인원의 44.9%로 가장 많았으나, 최근 5년간 진료인원 증가폭은 70세 이상이 약 6만 6000명(45.4%)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컸다.
국내 사망원인 중 폐렴 순위 2002년 12위→2014년 5위
무엇보다 폐렴은 주요 사망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예방접종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2년까지 사망원인 12위에 머물렀던 폐렴은 2004년 10위에 이어 2011년에는 6위로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5위를 차지할 만큼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영수 심사위원은 "폐렴은 유·소아 층 진료인원이 많고, 노인의 주요 사망요인으로 부상되고 있는 만큼 어린이와 노인은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13가 백신인 PCV13(프리베나13)과 23가 백신인 PPV23 등이 있다.
현재 59개월 이하 영·유아에 대해선 PCV13 백신 접종을 정부가 지원한다. 다만 65세 이상 성인은 PPV23 백신만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성인에서 폐렴구균 예방 접종률이 저조해 이를 끌어 올려야한다는 점과 함께 PCV13 백신이 PPV23 백신에 비해 비용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프리베나13, 폐렴 발생률 감소 입증한 유일한 폐렴구균 백신…적극 접종 필요"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변민광 교수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비용효과적이면서 예방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성인들의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소극적인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PPV23 백신이 폐렴 발생률을 낮추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 못했기 때문에 의료진의 권고가 쉽지 않았다는 것.
변민광 교수는 "PCV13 백신은 폐렴 발생률을 감소를 확실하게 입증했지만 PPV23 백신은 그 데이터가 없어서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맞으라고 권고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기존 23가 백신은 Meningitis나 Blood strain infection같은 Invasive pneumococcal disease엔 효과가 있지만 폐렴 발생률을 얼마나 낮추는지에 대해선 근거를 내놓은 적이 없다"며 "반면 PCV13 백신은 네덜란드에서의 스터디를 통해 커버하는 균주와 관련한 폐렴 발생률을 확실히 낮추는 것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PCV13 백신은 근거가 확실한데다 유지가 길어 5년 후에 추가 접종도 필요없다"며 "이런 이유로 미국 ACP 가이드라인에서도 13가 백신을 최우선적으로 접종하라고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상당수 의사들이 폐렴구균 예방접종 필요성에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도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이 낮은 이유로 꼽았다.
변 교수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환자들이 피동적인 탓에 의사들이 맞으라고 해야 맞을텐데 사실 의사들 중에서도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환자나 신장질환자도 다 맞아야 한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인데, 사실 관련 진료과나 관심있는 의사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의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훨등히 떨어진다"며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작은 노력에 비해 얻는 게 크다. 널리 홍보해서 관심을 높여 PCV13 백신을 많이 접종하게 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좋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가 65세 이상에 대해선 PPV23만 지원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PCV13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변 교수는 "65세 이상의 경우 PPV23 백신은 국가가 지원하지만 PCV13 백신은 본인이 비용을 다 내야 한다"며 "PCV13 백신의 경우 유아에 대해선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있었고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것으로 돼 있지만 성인에 대해선 데이터가 하나 나왔다. 여러가지 다른 스터디들이 나오면 몇년 안에 국가에서 PCV13 백신에 대한 지원도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폐렴구균 예방백신, 인플루엔자 예방백신과 동시접종하니 더 좋네"
호흡기 질환에 대한 예방이 강조되면서 폐렴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예방접종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의 동시 접종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은 전파경로가 유사하고 비슷한 시기에 호발한다는 점뿐 아니라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며 같은 부위에서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자에서 문제가 된다는 점과 고위험군에서의 치명률이 높다는 점도 같지만,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과 고연령과 만성질환자 등 우선 접종자가 유사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개최한 '2015 백신 클리닉' 심포지엄에서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감염내과 류성열 교수는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폐렴의 공통점과 동시 접종의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강조했다.
류성열 교수는 "지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1898명의 만성폐질환 동반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Nichol KL의 연구에 따르면 두 백신을 접종했을 때 폐렴입원률과 사망률이 현저히 줄었다"며 "요양원 노인을 대상으로 20개월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사망률이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대비책 중 하나"라며 "Secondary bacterial infection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시에 이환 및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며, 폐렴구균은 대유행시 인플루엔자와 연관된 폐렴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균이다. 폐렴구균 질환에 대한 백신 접종은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의 influenza pandemic 대비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65세 이상은 무료로 접종되는 만큼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반드시 챙겨여 한다. 동시 접종이 아니라면 순차적으로 접종해야 한다"며 "50세 이상은 가급적 접종이 필요하며 만성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대상포진 예방백신과의 동시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프리베나13이 유일"
특히 PCV13 백신은 최근 각광을 받는 예방 백신인 대상포진 백신(조스타박스)과의 동시 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폐렴구균 예방백신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PPV23 백신은 동시 접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간격을 두고 접종해야만 한다.
의료진은 폐렴구균과 다른 예방 접종의 동시 접종이 환자들의 접종 순응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변민광 교수는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다른 예방백신과 함께 맞는 더블샷이 조금 더 효과적이라고 돼 있다"며 "시너지가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접종 순응도를 높일 수 있어 유리하지 않나 싶다. 국민을 예방접종에 더 많이 노출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