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실거래가 약가인하, 구입가 미만 판매금지,약제급여목록정비 등 제약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변수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약 시장의 정체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책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제약협회 장우순 보험정책실장은 '한국제약협회정책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보험의약품 정책 환경의 변화를 내다봤다.
장우순 보험정책실장은 "사업계획의 성패는 예측의 정확성으로 갈린다. 아무리 좋은 사업목표와 실행전략을 갖고 있어도 중요 변수를 간과하거나 빗나간 예측을 할 경우 사업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며 "보험의약품 시장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정책 환경의 변화이다.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제약기업 경영기획부서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를 경험한 이후 보험의약품 시장의 정책 환경 변화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약품비 상환제도와 유통시장의 변화
그는 우선적으로 약품비 상환제도와 유통시장의 변화에 대해 전망했다.
제약업계 추산 1700억원 상당의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 작업이 내년 3월 1일 단행될 예정이다. 매출규모와 품목구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험의약품 청구실적 30위권 제약기업의 경우 약가인하 규모가 20억~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복지부의 변경된 개정지침에 따라 가중평균가를 재산출하고 10월 20일부터 11월 2일까지 제약기업에 산출내역을 열람시키고 있다.
장우순 실장은 "보건복지부는 제약업계가 제기해 온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기 위해 내년 초에 약가제도협의체를 구성 운영할 계획"이라며 "주요 논의 대상은 약가인하 조정 주기(현행 12개월), 구입가 미만 불법거래행위, 입원환자용 원내의약품의 급격한 약가인하 등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난해 9월 1일부터 시행된 처방·조제 장려금 지급제도와 실거래가 상환제도의 큰 틀은 변함없이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에 따르면 내년에도 요양기관의 보험의약품 저가구매를 위한 할인공급 압박은 지속될 것이며, 저가 할인 공급에 따른 약가인하조치가 언제든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장 실장은 "처방·조제 장려금 지급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간의 저가구매 장려금 지급액은 166억원이었고, 이를 감안할 때, 올해 요양기관에 지급할 저가구매 장려금 지급 규모는 약 500억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며 "저가구매 차액의 20%를 요양기관 장려금으로 지급하므로, 2015년도 보험의약품의 상한금액 대비 저가구매 차액 규모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이러한 저가공급-약가인하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방법은 기업별로 철저한 보험의약품 유통관리대책을 재수립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통 채널과 단계를 최소화·최적화하여 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품과 난매를 최소화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
내년부터 관급공사 입찰제도였던 '최저가 입찰제'가 폐지되고 입찰회사의 공사수행 능력과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장 실장은 새 평가제도가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입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입찰 가격과 기타 사업성 등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최저가 입찰제도 하에서 행해진 국공립병원의입찰 관행에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한 제약기업의 가격결정권과 도매업소의 공급결정권을 발휘할 수 없도록 여러 품목을 그룹으로 묶어 일괄 구입하는 국공립병원과 대형 사립병원의 현행 입찰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거래가 약가인하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현재의 일괄입찰을 단품계약 입찰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일괄 입찰방식은 개별 품목이 의약품으로서 갖는 가치는 물론 구매량과 배송단위 및 배송빈도에 따른 유통비용의 차이를 전혀 고려치 않은 비합리적 거래관행"이라며 "정부가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려면 현행 그룹별 입찰방식을 단품계약 입찰방식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입가 미만 판매금지 이슈와 관련해선 의약품 시장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장우순 실장은 "내년에 발생할 커다란 정책변수 중 하나는 구입가 미만 판매금지 규정"이라며 "약국가와 제약업계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만에 하나 이 규정이 폐지될 경우 의약품 시장은 일대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했다.
장 실장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 규정의 폐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약업계는 당연한 규정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판단 잣대는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공정위의 중점 검토대상이 약국의 구입가 미만 판매금지 규정이라는 점과 이 과정에서 도매업소의 구입가 판매금지규정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간과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실거래가 조사약가인하제도가 존속하는 한 도매업소의 구입가 미만 판매금지 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약협회는 도매업소의 초저가 낙찰 횡행과 이에 따른 필수의약품의 공급차질 및 유통시장의 대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규정이 반드시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주무부서인 복지부에 제출했으며 공정위에도 동일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제급여목록정비 사업 시행…700여 품목, 저가의약품 보호대상서 제외
내년 1월부터 복지부의 약제급여목록정비(규격단위표준화) 사업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포장단위(병, 포, 관,앰플 등)와 계량단위(ml, l, mg, I.U. 등)가 혼재돼 등재된 약제급여목록이 실제 유통되는 생산규격단위로 일제 정비되고, 표기방법도 통일된다.
장 실장은 규격단위 표준화 사업이 시행돼도 기존의약품은 가격 변화가 없기 때문에 공급내역 보고나 약품비 청구현장에서의 혼란은 아주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함량산식을 적용하는 신규 제품의 약가산정에 있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고 산정기준 개정 작업도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급여목록정비사업의 가장 큰 영향은 절대적 저가의약품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급여목록을 생산규격단위로 정비하면서 저가의약품의 기준이 재설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저가의약품 기준에 따르면, 시럽제 등 보험약가가 최소단위(1ml, 1g 등)당 가격으로 표시된 경우 에는 저가의약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제외한 저가의약품 기준금액은 일반 내복제는 70원, 액상제는 150원, 일반외용제는 1000원, 1회용 외용제는 150원, 주사제는 700원"이라며 "이러한 저가의약품 기준 변경에 따라 시럽제 조영제 등 700여 품목이 저가의약품 보호대상에서 제외될 상황에 처해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개발신약 급여 적정성 평가도 변화 예상
그는 천연물신약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여파가 국내개발신약에까지 미쳤다는 점에 비쳐볼 때 내년에는 국내개발신약 급여 적정성평가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그동안 국내개발신약의 신청가격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와 대체약제 최고가 사이에 있으면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나 감사원은 약평위의 평가가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에 근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감사원의 입장을 수용, 관련 기준과 지침을 명확히 하는 방향에서 관련규정을 개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장우순 실장은 "제약업계는 관련 지침이나 규정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와 대체약제 최고가 사이에 있으면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적정성이 있다’는 핵심 내용은 변함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는 국내개발신약의 경우 특허가 만료돼 직권조정 약가인하조치가 단행되면 국내개발신약 가격이 경쟁신약 제네릭 약가의 절반 수준이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어서 더더욱 그렇다"며 "또 국내개발신약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의 가치반영과 위험분담제도의 개선
신약 등재제도의 경우 내년에도 심평원의 급여적정성 평가와 건보공단의 약가협상이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며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실장은 "위험분담제도와 관련 제약협회는 위험분담계약 신약에 대한 부가세 추가 환급방안을 기재부에 건의했으며 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또한 수출 신약에 대해 적용하는 환급계약제와 관련해서도 환급방식 개선, 담보설정 폐지,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외 등의 개선조치가 필요하다는 정책건의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래야만 국내 개발신약의 수출 촉진이라는 제도의 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그동안 연구용역 등을 통해 약가 사후관리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내년에는 이에 대한 실무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실행중인 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 사용량-약가 연동제, 특허만료-제네릭 등재 약가인하, 사용범위 확대시 약가인하 등이 있다"며 "제약업계는 사후관제도가 너무 많고, 그로 인해 약제별, 시기별로 약가인하가 중첩돼 이중인하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집중 제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정부는 사후관리제도 개개의 고유 목적이 있음을 인정하나 제도간의 유기적인 연계나 효과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약가 사후관리제도의 통합조정 논의는 행정력과 산업인력의 불필요한 소모, 약품비의 효율적 관리, 산업경쟁력 강화 측면의 개선 필요성이 높은 과제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보험약 시장 정체현상 내년에도 지속될 듯
내년에도 보험약 시장의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 실장은 "지난 4년간 건강보험 약품비는 13조원 대에 머물러 있고 총 진료비 대비 약품비 역시 29%에서 26%로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약가제도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내년에 약품비 지출을 높일 정책변수는 역시 찾기 어렵다는 점에 비쳐볼 때 약효군별, 질환별로는 다르겠지만 전체 보험의약품 시장의 정체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별 보험약시장 점유율 하락, 정책분석 필요한 시점
그는 "국내 상위 10대기업의 점유율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중견기업의 약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산업육성책을 주도하는 정부, 산업진흥을 주관하는 보건산업진흥원, 그리고 제약업계 모두 이러한 보험약 시장 내에서의 점유율 변화와 산업구조의 변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