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 전 심장판막치환술을 받고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맹장 수술을 한 후 일주일 간 와파린 복용을 중단토록 한 병원에게 과실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는 최근 일주일 간 와파린을 중단했다 뇌경색을 얻었다는 환자가 부산 D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 측에 환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1억1926만원이다. 법원은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60대 환자 박 모 씨는 복부 통증과 구토 증상으로 D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충수돌기염 진단을 내리고 복강경하 충수돌기염 절제술을 실시했다.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박 씨의 혈액응고수치(INR) 1.52(참고치 0.85~1.193)였다. 박 씨는 약 30년 전 심장판막치환술을 받고 항응고제 와파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다.
맹장 수술 후 박 씨는 약 일주일 D병원에 입원했다. 이 기간 동안 와파린 복용을 중단했고 퇴원하는 날 와파린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퇴원 후 5일째 되던 날. 박 씨는 갑자기 왼쪽 상하지 무력감 및 구음 장애, 안면마비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CT혈관조영술 등 결과 오른쪽 중대뇌동맥경색 등이 확인됐다. 이때 박 씨의 INR은 1.0이었다.
현재 박 씨는 뇌경색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 좌측 상하지 감각 저하, 경미한 인지장애 등을 보이고 있다.
박 씨 측은 D병원이 조기에 와파린을 투여하지 않았고, 추가 검사 없이 퇴원 시켰으며, 와파린을 중단했을 때 혈전 색전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박 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며 의료진의 과실과 박 씨의 뇌경색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혈전 발생 위험이 있는 환자가 와파린 복용을 중단하고 다시 복용할 때 INR이 정상 수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6일 정도 걸린다"며 "박 씨는 수술 직전 INR이 1.5로서 정상보다 낮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 후 혈전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출혈 위험성이 크지 않은 수술이면 항응고제 복용 환자에게 수술 후 항응고제를 재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출혈 위험이 있는 수술은 항응고제를 즉각 재투여하기 어려운 반면 혈전 위험도 있으므로 신경과나 심장내과와 협진을 통해 안정성 유무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