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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애매한 고시로 막무가내 환수…행정해석도 무용지물

박양명
발행날짜: 2015-11-20 05:15:52

"내과 진료 전문과목 가산 적용 고시, 전문의 유무로 결정할 수 있나"

#. 경상남도 창원시 A아동병원은 최근 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관할 지사로부터 '요양급여비 가지급 대상 제외 안내' 공문을 받았다. 메르스 피해로 요양급여비 조기지급을 요청했는데 부당이득금이 정리되지 않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부당이득금의 정체는 8세 이상 소아환자에 대해 청구한 입원료 가산금 1800만원이었다. 건보공단은 내과 전문의가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청구가 불가능하다며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입원료 가산 고시의 애매모호함을 이용해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막무가내식으로 진행하는 건강보험공단의 행태에 요양기관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에 공단이 문제 삼고 있는 입원료 가산 고시의 행정해석을 요청함과 동시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원료 가산 관련 요양급여비 환수 중지를 세 번이나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건보공단의 고시 해석이 잘못됐음을 시사하는 행정해석까지 내렸지만 건보공단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 부산지역본부는 기획조사를 통해 내과 전문의가 없는데 내과 질환자, 만8세 미만의 소아환자를 치료한 병의원에 대해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내리고 있다.

입원료 가산 관련 고시(제2004-36호)
부산지역본부가 문제 삼고 있는 고시는 입원료 가산 부분이다.

입원료 소정점수의 30%를 가산하는 내과질환자는 내과 분야의 진료 전문 과목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그 대상이다.

따라서 일반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에서 수술 후 또는 수술 없이 항암요법이나 보존적 치료만 시행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고시의 주 내용이다. 반면 내과질환자, 정신질환자, 만 8세 미만의 소아환자는 소정점수의 30%를 가산한다.

지역본부 "법률 검토 마친 사안"…공단 본부와도 불협화음?

부산지역본부는 고시 내용 중 '내과 분야의 진료 전문과목'이라는 부분에 집중했다.

내과적 질환이 있는 환자에 대한 입원료 가산이 아니라 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의원만 입원료 가산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아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입원료 가산이 너무 확대되다 보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시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법규부로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고 진행하는 만큼 고시가 확실하게 바뀌기 전에는 예정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지역에서의 기획 환수는 건보공단 본부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는 것에는 입장을 같이 했다.

본부 급여조사부 관계자는 "고시 자체가 불분명하고 법률 검토를 받은 사안"이라며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은 복지부 행정해석이 내려지기 전에 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입원료 가산 환수 처분에 대해 의협 측이 질의하자 "지역본부가 진행하는 조사 등을 본부가 일일이 확인하고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건보공단, 쓸데없는 고집…환수처분 취소하라"

의협은 지난 5월부터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진상 파악에 나섰고 부산지역본부 관할 지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확인했다. 의협이 파악한 환수처분을 당한 병의원만 해도 약 10여곳.

의협은 즉시 해당 고시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질의했고, 공단 본부와 부산지역본부에 환수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럼에도 부산지역본부의 환수 처분 작업은 계속됐다. 의협은 복지부에 입원료가산 관련 행정해석을 다시 요청했고 복지부는 지난 18일 행정해석을 내놨다.

복지부의 행정해석
복지부는 "입원료 가산의 적용 대상은 기본적으로 환자 기준이며 전문의만 해당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과, 정신과, 소아과 전문의 유무로 입원료 가산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내과 진료 전문과목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전문의로만 한정되지 않으므로 내과 전문의 여부가 내과 가산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부산지역본부는 복지부 행정해석이 내려 오기 전 두 달 전인 9월 같은 입원료 가산 환수 처분에 대해 취소한 전례도 있었다.

부산 B의원은 입원료 가산 고시 위반으로 523건 진료분에 대한 환수처분 통보를 받았다. B의원 원장은 이의신청을 통해 복지부의 행정해석 결과와 같은 내용의 답변을 복지부로부터 받고, 심평원의 심사 기준을 근거 자료로 내밀어 환수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B의원 원장은 "처음에는 설마 건보공단이 잘못된 해석을 내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건보공단은 최신 고시를 보고 해석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겪으며 건보공단이 고시 해석도 잘못했고 강압적인 환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잘못된 행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은 행정해석이 내려지기 전에 이뤄진 처분들에 대해서는 법정 다툼까지 가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의협 측에 답하며 환수 처분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건보공단의 막무가내 환수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의협 관계자는 "지역본부도 통제 못하는 것은 건보공단 본부가 무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역본부는 심지어 상위 기관인 복지부 담당 사무관까지 나서서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지역본부는 안하무인으로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고시가 애매하면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명확하게 해석을 해달라고 건의를 먼저 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애매한 조항을 막무가내로 적용해 민간 의료기관에 책임을 몰고 있다"며 "그러니 건보공단이 공룡, 무소불위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의협이 건보공단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의료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협도 수차례 관련 공문을 보냈음에도 건보공단은 법률 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향후 의료기관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향후 법의 판단을 받으면 된다는 식의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고 있다"며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보공단은 입원료 가산 관련 환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