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정맥마취 과정에서 환자의 호흡억제를 제 때 발견하지 못해 뇌 손상까지 시킨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진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5억여원에 달했다.
울산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오동운)는 최근 하지정맥류 수술을 위해 프로포폴 정맥 마취를 받았다 뇌손상까지 입은 환자 측이 울산시 C외과의원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환자 강 모 씨는 C의원에서 오른쪽 다리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C의원 원장은 척추마취로 수술을 진행하려고 부작용 등을 설명했지만 강 씨가 고도비만(BMI 33.2)이라서 마취에 필요한 만큼 허리를 굽힐 수 없었다.
그래서 C의원 원장은 프로포폴을 이용한 정맥마취 방법으로 마취하기로 했다. 수술 시작 전 C의원 원장은 수간호사한테 시간당 1% 농도로 프로포폴 40cc 투여를 지시한 후 수술실은 약 30분간 이탈해 외래를 보고 있었다.
수술실로 돌아왔을 때 강 씨는 심하게 코를 골고 있었다. C의원 원장은 같은 농도로 프로포폴 3cc와 펜타닐을 투여한 후 수술을 시작했다.
그런데 수술시작과 동시에 강 씨의 산소포화도와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C의원 원장은 펜타닐에 대한 과도한 반응이라 판단하고 프로포폴 투입을 중단하고 마취해독제 날록손을 투여했다.
그럼에도 강 씨의 호흡이 거칠고 청진에서 천명음이 들리자 알레르기성 과민반응이라고 보고 항알레르기 약제를 투여함과 동시에 구강인공호흡을 시작했다. 기관삽관을 시도했지만 삽입 실패 후 앰부를 이용해 산소공급을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었다.
강 씨는 직후 상급병원으로 전원됐지만 이미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혼수상태인 상황이다.
강 씨 측은 "불필요하게 프로포폴과 펜타닐을 추가 투여해 과도한 저호흡 상태를 야기했음에도 저호흡에 대한 대처는 하지 않은 채 알레르기성 반응으로 오진해 그에 대한 대처만 했다"며 "뒤늦게 구강호흡부터 한 것으로 봐 인공호흡을 위한 기구마저도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강 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프로포폴과 펜타닐은 모두 무호흡, 저혈압을 흔하게 유발한다"며 "비정상적인 무호흡, 저혈압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료인에 의한 호흡, 순환, 체온 등 지속적인 감시, 비상상황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비상상황에 대한 충분한 준비는 인공호흡을 위한 앰부백, 인공호흡기, 기관내튜브 등 기구 준비도 포함된다.
재판부는 또 "C의원 원장은 저산소증 발생 이후 기관삽관 실시했지만 술기가 미흡했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실시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강 씨 측은 정맥마취 시 마취 전문의가 없었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프로포폴이 오직 마취과 의사만 투여할 수 있다거나 마취과 의사가 수술에 반드시 참석하도록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다"며 "마취과 전문의를 참석시키지 않은 것만으로 의료상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