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피부를 만들어 주는 주사로 알려져 있는 일명 '리턴 주사'를 적응증 상관없이 주사하던 의사가 환자에게 약 90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의사는 염증성 여드름 치료를 위해 주사를 한 것일 뿐이라며 잘못이 없다고 법에 호소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0단독(판사 원정숙)은 최근 리턴 주사를 맞고 피부 괴사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 나 모 씨가 서울 C의원 최 모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최 원장의 책임을 90%로 판단했다. 최 원장이 환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8935만원이다.
나 씨는 잡티, 모공, 피지 분비, 홍조 치료를 위해 C의원을 찾았다. 최 원장은 나 씨에게 광선을 조여 피지선을 파괴하는 PDT(Photo dynamic therapy) 시술과 TA(Triamcinolone acetonide) 주사 치료를 했다.
당시 C의원은 TA 주사를 '리턴주사'라 이름 붙이고 여드름 흉터로 울퉁불퉁 해진 코, 쉽게 빨개지는 코, 피지 분비가 많은 기름 코를 리턴 주사로 매끈하고 깨끗한 코로 치료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고 있었다.
TA 주사는 중증도 강도의 스테로이드 주사로서 피부질환 치료 목적으로 병변 내 스테로이드 주사가 가장 흔히 사용된다. 염증성 여드름 낭종, 원형탈모증, 켈로이드, 비대흉터, 고리육아종, 만성 단순태선, 원반모양 홍반루푸스, 비대편평태선 등에 사용한다.
최 원장은 피지 분비가 많은 피부에 TA 주사를 적용하고 있었고 나 씨가 피지와 홍조 치료를 원했기에 TA 주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TA 주사를 맞은 나 씨에게 부작용이 나타났다. 왼쪽 뺨 부위 피부 괴사가 일어난 것.
최 원장은 나 씨에게 왼쪽 뺨이 붓고 멍들고 염증이 생겼음에도 계속 TA 주사 치료를 계속했다.
나 씨는 "피부관리 차원에서 잡티와 모공 제거를 위해 C의원을 찾았는데 적응증이 아님에도 부작용 많은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했다"며 "시술 방법을 잘못 선택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 원장은 20여 차례에 걸쳐 수백 군데에 TA 주사를 시행했다"며 "적정 용량과 용법에서 벗어난 잘못이 있고 주사 후 과도한 압출 등으로 심한 자극을 줘 피부 괴사를 촉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염증성 여드름 치료를 위해 TA 주사를 한 것으로 잘못이 없다. 피부 괴사는 환자가 감염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대목동병원의 신체 감정 및 중앙대병원의 진료기록 감정 등을 참고해 나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 원장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C의원을 찾기 전 나 씨 얼굴 사진에는 염증성 또는 낭종성 여드름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나 씨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려웠다"며 "TA 주사 적용 대상이 아닌 나 씨에게 주사를 실시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TA 주사는 염증성 및 낭종성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것이고 홍조 치료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스테로이드를 정상조직에 투여했을 때 통증, 궤양, 피부조직 위축, 이차적 감염 등 부작용 발생할 수 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부에는 TA 주사부위, 용량, 주사 횟수 등이 기재돼 있지 않다"며 "최 원장은 주사 후 주사기 바늘로 구멍을 뚫어 손으로 염증성 조직을 빼내는 시술을 반복했다. 염증 발생 후에도 같은 시술을 했다. 손으로 염증조직을 눌러 빼내는 행위가 피부 괴사에 영향을 줬다고 봄이 적절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