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유앤항외과 의원 문을 열고 들어선 한 남성 환자가 화들짝 놀라며 한 소리다.
유앤항외과는 원장부터 직원까지 모두 여성이다. 방사선사부터 간호조무사까지 13명의 직원에 3명의 여성 원장까지 더하면 총 16명의 여성이 근무하고 있다.
'여성'스러운 인테리어도 남성 환자가 화들짝하는데 한몫한다. 분홍색과 보라색, 크림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기실 벽 한편에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직원들이 직접 뜬 털 모자가 줄지어 널려 있어 따뜻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루지 원장은 성별에 대한 편견보다 외과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도 전부 여성이고 분위기도 여성스럽다 보니 개원 초기만 해도 아예 여성 환자를 타게팅 하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성별을 구분하기보다는 외과라는 진료과목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가 단순하고 목적만 달성하려고 하는 차가운 이미지가 강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파란색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는 데 그런 편견을 깨고 따뜻하고 푸근한 병원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환자만을 위한 의원이 아닌 만큼 남성 환자도 늘기 시작했다. 특히 남성 환자 증가에는 소위 아줌마 환자의 역할이 컸다. 건강검진이나 내시경을 받으러 왔던 여성 환자가 남편까지 대동해서 오는 것. 12월 현재 여성 환자가 80%라면 남성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1년여 전 경기도 용인시에 외과 의원을 개원한 이루지 원장이 개원 준비를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입지다.
유앤항외과가 위치하고 있는 주변은 외과 의원 4곳이 이미 터를 잡고 있었던 상황.
그는 "경쟁 의원들이 있었지만 처음 잡았던 따뜻하고 푸근한 병원 콘셉트와 맞아떨어지는 지역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며 "요즘 개발되면서 학교도 많아지고 젊은 층의 유입이 많아져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개원 2년 차인 이루지 원장은 무엇보다 외과 수가가 낮다는 현실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무조건 수술이나 검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만큼 매출이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며 "하지 정맥류, 치질 수술 등에 의사가 투자하는 시간 대비 수가가 너무 낮다"고 털어놨다.
치질 치료를 예로 들었다.
그는 "치질 치료는 현재 대부분이 수술인데, 예전에는 아주 심하지 않으면 알타주사라는 치료 방법이 하나 더 있었다. 주사 치료는 비급여 였는데 치질 수술이 포괄수가제에 들어가면서 환자에게 비용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좋은 방법이 있는데도 할 수가 없으니까 환자들한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구인 문제도 의원을 경영하는 원장에게는 떠나지 않는 과제다. 유앤항외과에는 행정직원 3명, 방사선사 1명, 간호조무사 8명, 청소 및 세탁 직원 1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병상을 운영하면 간호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개원할 때부터 했던 구인을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며 "간호사 구하기는 특히 하늘의 별따기"라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경영의 어려움을 톡톡히 겪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루지 원장에겐 환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래 가는 의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이루지 원장은 "전공의로 수련을 받으면서 행정이나 경영을 배우지는 않으니까 하나씩 부딪혀 가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병원 의사가 얘기하는 거면 믿을 수 있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고 싶다"며 "당당할 수 있는, 오래가는 병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