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의사 면허 자격 정지를 당하자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까지 내리 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한숙희)는 최근 경기도에서 M내과를 운영하는 의사 김 모 씨가 국내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C사는 역류성식도염약 판매 촉진 목적으로 의료분야 광고, 마케팅 대행사와 PPI 제제 처방패턴 조사 계약(이하 시판 후 조사)을 체결한 후 219명의 의사에게 조사응답료 명목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김 씨도 200여명 의사에 포함돼 있었다. 그는 총 457만5000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근거해 직무관련 부당 금품 수수를 앞세워 김 씨에 대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행정처분을 내렸다.
김 씨는 "C사의 시판 후 조사가 위법하다는 점을 사전에 인식했음에도 말하지 않았고 적법한 연구수행인 것처럼 오인토록 했다"며 "C사의 불법적 시판 후 조사에 참여하게 돼 행정처분 및 대진의 월급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 명예훼손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리베이트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시판 후 조사 대가가 의사의 직문인 약의 채택이나 처방 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시판 후 조사 주관자는 마케팅 대행사임에도 김 씨는 C사 영업사원에게 조사 참여를 부탁받았고 대행사와의 자문위원 위촉계약서도 C사 영업사원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서는 포괄적인 자문 및 설문 업무 수행에 대해 김 씨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내용일 뿐 조사대상 약이 특정돼 있지 않고 연구목적이나 연구방법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며 "김 씨가 시판 후 조사의 의학적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1쪽 분량 설문지는 환자별 진단명, 투여방법, 종합개선도만 개략적으로 표시하고 있을 뿐 해당 의약품에 대한 안정성, 유효성 항목이 거의 없어 약의 안정성, 유효성을 검증하기에 부실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