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특별취재팀| 각종 통계지표는 의사들의 개원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계는 저수가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팍팍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매년 의과대학 입시 경쟁률은 하늘을 찌르면서 의사 직업에 대한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이 높은 직업 상위 30위에는 의사 직업이 14개 순위(치과의사 포함)를 차지하고 있었다.
메디칼타임즈가 신년을 맞아 기획한 용감한 의사들의 세 번째 수다. 과연 의사는 고소득 전문가일까? 수다를 자청하고 나선 의사들은 스스로를 고소득 직업이라고 인정하긴 했지만, 분명히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언맨(종합병원 40대 가정의학과 봉직의): 의사 연봉이 세긴 센 편이지. 대졸 초임 월급이 200만원 근처라고 하던데 의사는 인턴일 때가 그렇고 전문의가 되면 억대 연봉으로 진입하잖아. 연봉이 올라가는 속도도 일반 기업보다는 빠르지 않을까.
헐크(산부인과 전문의, 본인을 잡과 개원의로 소개함): 의사는 고소득자가 맞지. 다른 직종 보다 안정적이라고 느껴. 취업도 알음알음 하다보니 이력서를 써본 적도 별로 없잖아? 요즘 사회가 전반적으로 너무 어려우니까 의사 수입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아.
우리는 두품제로 이야기를 많이 했지. 가족 중에 의사가 없으면 4두품, 의사 친척이 있으면 5두품, 부모님이 개원의사면 6두품 부모님이 교수면 진골, 직계 가족까지 교수면 성골, 이런 식이지. 6두품 이상 안 되면 개원하기 힘들어. 4~5두품 정도로는 옛날만큼 편하지 않지.
사실 의사들에게 자식을 의사 시킬 거냐는 질문받으면 70~80%는 그렇다고 할 걸.
옵티머스프라임(대학병원 내과계 전임의): 그건 선배들 이야기죠. 저는 달라요. 지금 전임의나 전공의, 의대생이 느끼기에는 취업시장이 훨씬 추워졌죠. 친구들이랑 우리의 적정 소득은 얼마로 봐야겠느냐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불안감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요.
기업은 직원한테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하지만 의사는 스스로 다 해야 하잖아요. 전임의를 2년했는데 앞으로 미래를 생각해보면 개원가로 나갔을 때 불안감이 너무 커요. 억대 연봉이라는 것도 선배들 때보다는 많이 떨어졌죠. 서울이나 경기도 내과 계열은 경쟁이 심해서 이미 연봉도 많이 떨어졌어요. 지금 우리가 받는 돈이 앞으로 어느 정도 지속될 지 장담할 수 없어요.
울트라맨(종합병원 30대 가정의학과 봉직의): 맞아요. 예전에는 상향 평준화 였다면 지금은 양극화가 아주 심하죠. 지금은 망해서 자살하는 사람도 있듯이 의료 사회 저변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이제 갓 면허를 딴 새내기 의사들한테는 어려움이 클 겁니다.
아이언맨: 억대 연봉이라는 말은 세전이지. 세후 월급으로 따지면 700만원 수준인데 그 금액이 적은 것은 아니지. 우리 눈높이가 높은 거야. 고연봉은 맞지. 그건 인정하고 가자.
스파이더맨(정신건강의학과의원 개원의): 결국 직업 안정성의 문제인 것 같아. 불안하면 얼마를 받든지 그냥 불안해. 개원가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봉직의로 취직하면 불안하고. 공공병원에 취직을 해도 의사만 계약직 공무원이야. 전문직의 슬픈 특성이지.
희소성이 있으면 몸값이 높아지지만 많은 사람이 오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대표적인 게 변호사 아니야. 숫자가 늘어갈수록 가치는 떨어지지. 의사 면허번호만 봐도 나는 6만번 댄데, 지금 12만번이야. 당장 의사가 고소득일지는 몰라도 속도는 너무 빠르게 가고 있어.
우리는 개원할 때 내 돈을 투자하잖아. 나라에서 해준 게 없어. 그런데 진료비는 정해져 있어. 환자 한 명 봤을 때 1만원이라는 비용은 OECD 최저 수준이야.
헐크: 그렇게 보면 또 고소득은 아니네. 의사들은 또 먹고살아야 하니까 비급여에 치중해야 하고. '의사답게'라는 데 가치가 실려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네.
국가도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면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 같고, 환자한테 부담을 준다는 논리에 갇혀서 아예 생각도 안 하잖아.
아이언맨: 처음 질문의 의미를 새겨서 정리해보자면 의사는 고소득자가 되는 게 맞는다고 봐. 전 세계적으로도 의사는 고소득자야. 돈 많이 벌려고 의대에 들어왔는데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야. 아닌 척 하는 게 이상한 거지.
스파이더맨: 나는 (의사가) 멋있어 보여서 들어왔는데?(웃음)
아이언맨: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 저소득자가 되는 게 경제적 논리에 안 맞는 게 아닌가. 의사가 고소득자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용감한 의사들에 참여한 의사는 산부인과 40대 중반 개원의(헐크), 정신건강의학과 40대 중반 개원의(스파이더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40대 봉직의(아이언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30대 봉직의(울트라맨), 대학병원 전임의(옵티머스 프라임) 등 5명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가면과 익명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