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비상대책위원회까지 적극 나서서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정부가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까?"
"이번달 30일까지는 시간이 비교적 많이 남았는데, 조금 더 긴박하게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의사들이 쓰고자 하는 현대 의료기기가 도대체 뭡니까?"
7일 서울시 구로구 한 중식당에서 열린 구로구의사회 7반의 점심 반상회에 참석한 약 10명의 회원이 한동우 구로구의사회장(연세정형외과)에게 쏟아낸 질문들이다.
구로구의사회 7반의 새해 첫번째 반상회 안건은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저지' 문제.
한동우 회장은 대한의사협회의 입장과 비대위 논의 사항과 로드맵 등을 하나하나 전달했다.
비대위는 최근 전국 시도의사회에 일제히 반 모임 개최 요청 공문을 발송하면서 회원과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의사회 산하 조직들은 7일부터 일제히 반상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 회장은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의료계가 반대 의지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며 "의료일원화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과 병행하는 것을 합의한 바는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저선량 엑스레이, 자동 혈액 측정기, 초음파 등을 허용한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중"이라며 "의사회 산하 가장 작은 조직인 반 모임을 통해 회원이 현실을 잘 알고 강력히 반대할 수 있도록 결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비대위가 긴급 반상회 개최를 요청할 정도로 정부가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현 정권은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2월 임시 국회에 관련 법안 상정이 걱정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결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바탕 질문 세례가 이어진 후 이들은 자연스럽게 경험담을 곁들이면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닥쳤을 때의 문제점을 걱정했다.
신목제일의원 김용철 원장은 "진단용 초음파는 의사도 1년 정도는 해야 손에 익는다"며 "공부 많이 해야 하는데…"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회장도 "한의사들은 저선량 X-레이로 염좌나 골절 유무를 판단하겠다고 하는데 저선량으로도 애매모호할 때가 많다"며 "우리 의원은 500mA를 쓰는데 그 정도는 돼야 희미한 걸 겨우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워진 한의원의 경영 상황이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주장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연세드림이비인후과 김원석 원장은 "요즘 환자들은 데이터가 없으면 믿지를 않는다"며 "그러니까 요즘 한의원은 진맥만 하는 게 아니라 환자한테 시각적으로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최근 한 한의사와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한의사 대부분은 이 문제에 관심 없다고 하더라"라며 "일부 대형병원이 관심을 보이는 것뿐이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한 걱정들을 늘어놓던 이들은 의원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2시가 되자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송미영 7반 반장(송미영가정의학과)은 "새해 첫 반 모임이라 즐거운 분위기로 시작했으면 했는데, 현안 때문에 무겁게 만나서 안타깝다"며 "의료계의 입장이 정부에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는 14일에 반 모임 개최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7일 구로구를 비롯해 동대문구, 광진구, 강남구, 중구, 서대문구, 마포구, 영등포구 등에서 반 모임을 일부 개최했다.
서초구의사회는 14일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반 모임을 열 예정이다. 광진구의사회는 최근 반을 행정구역 단위로 바꿔 '동'모임으로 전환하고 온라인 모임도 특히 활성화하고 있다.
비대위 앞으로 로드맵에 따라 반 모임에 이어 30일에는 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2월에는 심화 반 모임을 다시 한 번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또 총회 시즌인 만큼 시도 및 구군 총회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원격의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