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60명의 환자를 해치우기 식으로 물리치료하는 현실, 이대로는 안 된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태식 회장(53)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 첫해, 물리치료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 작업을 위해 몰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회장은 "물리치료사는 환자와 가장 오랫동안 스킨십하는 직종 중 하나"라며 "환자와의 관계, 수기에 따라 치료 효과 차이도 크지만 그런 부분을 인정 못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현행 물리치료사 산정기준에 따르면 물치사는 1인 당 하루 30명의 환자만 볼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 산업재해보험 등 급여 창구가 다양해 환자 수 제한은 무색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질환마다 물리치료 시간이 다르지만 근골격계 질환이나 중추신경계 질환의 물리치료는 30분 이상 걸린다"며 "여기에 핫팩 등 기구 치료만 하는 환자들이 더해지면 30명은 훌쩍 넘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니 물리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일 환자 수는 하루 최대 13명 정도가 적절하다. 건강보험과 자보, 산재를 통합해 급여 청구 및 심사를 일원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물치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전제가 뒤따른다.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
이 회장은 "물리치료사 한 명이 근골격계 질환 물리치료를 30~40분 하면 5000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며 "수가 자체가 인건비나 재료비가 나올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치사 65%가 의원급에 근무하고 있는데 인건비를 웃도는 역할을 하려면 환자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며 "환자 수를 제한하자는 주장과 배치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도수치료를 30분 이상하면 최소 1만5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식 회장은 물리치료사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양질'에 방점을 찍고 내부적으로는 물리치료(학)과 학제 4년제로 일원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89개 대학에 물리치료(학)과가 개설돼 있으며 3년제와 4년제가 혼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물리치료사 국시만 치면 면허는 학교와 상관없이 발급하고 있지만 3년제는 전공 수업을 받는 데 정신이 없어 인문학 등 교양교육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간호학이 4년제 일원화한 것처럼 물치사도 일원화가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사회적 화두, 윤리·감염 가이드라인도 작성중"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윤리와 감염 문제에 물치협도 빠지지 않았다. 물치협은 성추행 예방을 위한 윤리가이드라인 제작을 비롯해 감염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있다.
윤리 문제는 최근 장애 여성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3년형을 받았던 물리치료사가 최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물리치료사 사회 내부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이태식 회장은 "물리치료사는 환자 1명당 30분 이상 신체 접촉을 하는 만큼 각종 성 관련 문제에 노출되기 쉽다"며 "각 대학 물리치료학과에 윤리 교육을 권장하고 있으며 보수교육 과정에 윤리 교육을 의무로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서는 물리치료를 남자 물치사한테 받을 건지 여자 물치사한테 받을 건지, 열린 공간에서 또는 밀폐된 공간에서 받을 건지를 환자한테 사전에 물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치협은 회원들의 의견들을 담아 자체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작,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감염 가이드라인 작성에도 나섰다.
이 회장은 "물리치료실에서 쓰는 장비들이 사람 손으로 많이 만지고 있는데다 감염 환자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물리치료실로 오는 경우도 있다"며 "감염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장비 소독 등에 대한 내용들을 가이드라인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