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예방을 위한 선제적 접근과 발병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요독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이란 콩팥의 구조적 혹은 기능적 손상으로 인해 콩팥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있는 질환을 의미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0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의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인원은 2009년 9만 596명에서 2013년 15만 850명으로 연평균 13.6% 증가했다.
진료비 역시 2009년 9517억원에서 2013년에는 1조 3590억원으로 매년 9.3%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신장내과 전문가들은 만성신부전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요독소를 꼽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장내과 차란희 교수는 “우리 몸이 콩팥을 통해 정상적으로 배출해야 하는 물질이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서 배출이 안 되고 몸에 쌓이는 것을 요독이라고 한다“며 “요독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콩팥을 통해 컨트롤이 되는 것들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분자량이나 단백결합을 하느냐에 따라 요독이 다른데 작은 분자량으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urea나 크레아티닌 등이 있고, 중분자 물질은 ß2-microglobulin 등이 있다. 인(Phosphorus, 燐) 같은 경우도 하나의 요독이라면 할 수 있다“며 “또 indoxyl sulfate, p-cresol 이런 것들이 단백결합하게 되면 콩팥이 나빠지게 되면 핸들링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만성신부전증, 생활습관개선․구형흡착탄 등이 치료 트랜드"
그렇다면 국내 만성신부전증을 치료 트랜드는 무엇일까.
차란희 교수는 "암 치료도 마찬가지고 최근 치료들의 트랜드는 타겟팅이라고 할 수 있다. 콩팥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런데 콩팥은 게 문제가 시작되는 장기일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서 타겟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결국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으로 진행하는 것은 콩팥에 섬유증(fibrosis)이 생기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니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섬유증의 원인 등을 찾아보자고 연구는 되고 있지만 사실 환자에게 섬유증은 진행한 단계를 의미하고 그 사이에 있는 여러 많은 물질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 타겟을 잡기가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래서 기존 CKD 치료에서 가장 중요했던 생활습관 개선(Lifestyle modification)이 있고 요독증을 해결하는 방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구형흡착탄을 통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며 "그리고 원인이 되는 것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사구체신염 등 염증질환에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특정한 것들을 차단시키는 치료들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란희 교수는 생활습관 개선과 관련해 저단백식(low protein diet)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차 교수는 "요독증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저단백식이 대표적이다. 요독의 주요한 증상을 나타나게 하는 게 urea이고 urea는 단백에서 만들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의 연령과 몸상태에 따라 저단백식의 밸런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차 교수는 "문제는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CKD를 앓게 된다는 점이다"라며 "저단백식이요법을 하라는 것과 잘 먹고 기력을 유지하라는 것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구형흡착탄 연구, 피험자군․연구기간 한계 아쉬워"
차 교수에 따르면 저단백식과 함께 만성신부전증의 치료 트랜드 중 하나는 구형흡착탄이다.
활성탄소로 만들어진 구형흡착탄은 indoxyl sulfate를 만들어내는 indole을 흡착해 투석을 지연시키고 사구체 여과율(GFR)의 감소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의 구형흡착탄 처방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차란희 교수는 그 이유로 의료진의 인식과 제한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를 꼽았다.
차 교수는 "구형흡착탄의 일본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에 비해 10배 가량 크다. 국내에서 구형흡착탄 처방이 적은 이유는 의료진의 인식의 영향도 있다"며 "펠로우 당시 구형흡착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려 할 때 당시 어떤 노(老) 교수는 "왜 석탄가루를 먹이려고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고 특히, 연배가 높은 의료진에게는 그런 인식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젊은 의료진에게는 구형흡착탄이 좋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처방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구형흡착탄에 대해서는 일본에서의 CAP-KD, 미국과 유럽에서의 EPPIC Ⅰ, Ⅱ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연구에서는 구형흡착탄을 어떤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신장 투석을 지연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차란희 교수는 해당 연구들이 구형흡착탄으로 효과를 보기에는 '진행된 단계'(advanced stage)의 환자를 피험자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형흡착탄이 indole을 흡착함으로써 만성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차 교수는 "기존 전임상이나 여러 data를 바탕으로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을 것 같지만 CAP-KD도, EPPIC, K-STAR study 모두 피험자 대상군을 보면 advanced stage의 CKD환자들이 많이 등록됐다는 점이 문제"라며 "구형흡착탄으로 끌어내리기에는 이미 너무 진행된 환자들이었을 수 있다보니 기대했던 결과(outcome)가 적게 나왔다"고 답했다.
연구 기간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그는 "EPPIC study는 2년을 봤고 국내에서는 2년을 봤다. 그런데 조금은 더 조기의 환자들, 예를 들어 GFR이 40~50 정도 환자들을 길게 5~6년을 볼 필요가 있다"며 "GFR이 50~60 되는 사람들은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하는 속도가 느리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서 결과를 보려면 길게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때문에 지금까지는 구형흡착탄의 효과를 증명하기에 조금은 부족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짧게 본 것이 아니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연구는 580명 정도가 참여했다. 그런데 만일 GFR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1000명 정도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형흡착탄 조기복용․순응도 좋은 환자군에서 효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형흡착탄에 대한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차란희 교수는 "연구를 진행할 때 환자들에게 구형흡착탄을 많이 줬는데 효과가 있는 환자들은 분명히 있다. 분명히 소그룹에서는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그룹의 명확한 분류를 연구의 결과에서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러나 확실히 일찍 먹은 사람, GFR이 덜 나빴던 사람, 순응도가 좋고 여러가지 조건이 잘 갖춰진 사람은 추가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만일 구형흡착탄을 많이 연구했거나 써 본 임상가들에게도 물어본다면 조금 일찍 쓰면 좋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구체 여과율(GFR) 감소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 다음으로 보는 것이 GFR의 감소속도이다. 그런 효과가 있다는 환자들은 예를 들어 약을 먹기 전에 6개월에서 1년 이상 GFR의 감소속도가 있고 그 이후의 감소속도를 보면서 확연히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그런 환자들만 모아서 장기적으로 관찰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석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신장내과 존재 이유죠"
차란희 교수에 따르면 실제 구형흡착탄을 복용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차 교수는 "구형흡착탄 복용 이후 상태가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면 상당히 좋아한다. 예를 들어 콩팥기능이 35%였는데 오늘 검사해보니 40% 또는 45%가 됐다고 하면 상당히 좋아한다. 큰 차이가 아니더라도 환자들은 그런 작은 변화에 웃고 운다"며 "만족감과 삶의 질은 조금 다른 부분이긴 하겠지만 환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가 호전되는 것에 안심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순응도가 좋아지기 때문에 향후 치료와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란희 교수는 약제를 통해 투석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 교수는 "투석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을 상당히 낮추는 치료다. 혈액투석은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한나절이 필요하고, 복막투석만 해도 하루에 서너 번 교체해야 한다"며 "돈도 꽤 많이 든다. 보험환자는 투석비용만 추가로 내는 게 16만원이고 조혈제를 쓰면 20만원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면, 삶의 질 등을 볼 때 당연히 투석을 안 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신장내과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라며 "되도록 투석까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끌어보자는 게 신장내과 존재의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투석을 하는 것보다 약제를 써서 지연이 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가 자신 있게 이 약을 꼭 써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