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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법은 폭압적 법안, 결사반대"

박양명
발행날짜: 2016-02-18 12:00:53

전의총·산부인과의사회·전북의사회 잇단 성명서 "심의 중단하라"

의료분쟁 조정 제한적 자동개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의료계가 한 목소리로 법안 심의를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를 돕는다는 선의의 탈을 쓴 위헌이자 폭압적인 법안"이라며 "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 법안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환자의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 시 의료분쟁 조정을 강제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의총은 "법이 실현되면 일선 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과 과도한 재정적, 행정적 낭비가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므로 법안 수용은 절대 불가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에만 열중한 국회의원들의 졸속 입법 행태에 큰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상해는 형사적 기준과 의학적 기준이 다르고 후유증 정도나 재활 기간 등을 고려하면 개인차가 심하다"며 "이를 구체화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전의총은 법 제정 시 방어진료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의료분쟁조정이 일상화되면 의사들은 불가피하게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사망 이나 중상해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 기피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결국 환자와 의사의 신뢰 관계는 깨지고 의료비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안 통과로 발생할 국민건강 위해와 의료붕괴 책임은 국회와 정부에 있다"며 "법안 심의가 계속 추진된다면 법안 주도 국회의원들의 낙선 운동을 포함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분쟁에 가장 많이 휘말리는 진료과인 산부인과의사회도 같은날 성명서를 내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 훼손을 우려하며 법안 심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조정 자동개시법안이 여론몰이에 휘말려 불과 이틀만에 졸속 처리된 데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 시행 시 임신중독증 같은 고위험 임산부 환자의 진료를 기피하는 등 방어진료가 증가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힘들고 위험한 자연분만보다 의사 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제왕절개 수술에 의한 분만이 급증할 것"이라며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를 절대 반대하며 위헌적 소지가 있는 불가항력적 분만사고 보상 분만의료기관 부담금 폐지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라북도의사회도 역시 법안 통과 반대를 주장하며 조정 전치주의, 의료기관 내 농성이나 폭력 사태를 막을 방법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북의사회는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환자나 보호자는 조정이 거부되더라도 얼마든지 소송으로 피해구제를 주장할 수 있다"며 "분쟁에 대해 조정을 먼저청구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비로소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전치주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쟁조정절차가 환자의 증거수집 절차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민사소송에서의 원용금지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조정기간 중에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의료기관 내 농성이나 폭력 등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