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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의원 임대, 직접 가보니 개원입지로 '글쎄'

박양명
발행날짜: 2016-02-19 05:05:59

서울도공 입찰에 참여 전무…개원 전문가들 "경쟁력 없다"

|현장|서울도시철도공사 역사내 의원 임대사업지

지하철역 안에 의원을 개원할 수 있다면?

서울시 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역사에 약국, 의원, 한의원 임대 사업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지만 의·약사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8호선 장지역에 의원, 약국, 한의원 입찰을 진행했으나 참여하는 의·약사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이달 29일까지 재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의원, 한의원, 약국 개설 시범사업은 지하철 내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초동대처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 밝히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의료 자원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지하철역에까지 병의원을 입점시키는 것은 의료기관 편중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감염병 급속 전파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하철 역사가 개원에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범사업 대상 중 한 곳인 DMC역을 직접 다녀왔다.

DMC역은 6호선과 경의중앙선, 공항철도가 지나치는 환승역이다. 2009년 7월 수색역에서 DMC로 역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DMC역에 대해 "월드컵 경기장이 가깝고 신흥 주택단지를 접하고 있으며 경의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이라서 교통 중심지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임대를 하려는 곳은 6호선과 연결된 4번 출구와 이어진 건물 1층의 4개 구역. 한 곳은 약국만 임대한다.

기존에 화장품 업체와 제과점이 입주했었던 흔적이 있었다. 굳게 닫힌 문 위에는 '메디컬 존 예정지'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문의는 많이 오는 편"이라며 "개인이 많다 보니 제안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 지하철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 4번 출구 쪽에는 의원이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하철과 바로 연결돼 있는데다 지하가 아닌 지상 1층 임대인 만큼 개원입지로 적합해 보이지만 개원 및 부동산 전문가는 쉽지 않은 곳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인 데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제시한 임대료 등의 조건도 파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눈앞에 큰 도로가 좌우로 길게 뻗어있다. 아파트 단지도 역에서 수백미터 떨어져 있는데다 횡단보도도 수십미터는 걸어가야 있었다. '상권'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구역이었다.

그나마 언론사와 방송사가 입주해 있어 사람들의 이동이 활발한 디지털미디어시티 단지와도 동떨어져 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택지 개발지구이긴 하지만 최소한 5년은 기다려야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며 "경쟁력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 개원컨설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환승역이라고 해도 출구 자체가 많이 떨어져 있다"며 "DMC역은 미디어시티 구역에 의원이 몰려있고 아파트가 있는 쪽에도 의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낮 시간 동안의 유동인구가 확보돼야 하는데 DMC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후 시간임에도 지하철 이용객이 드물었다.
실제 지난달 DMC역 승하차 인원은 91만 5505명, 일평균 2만 9532명으로 일평균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강남역 21만 2201명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내 건 임대 조건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의원과 한의원을 임대를 하려는 구역 면적은 각각 75.82㎡(약 23평), 186.93㎡(약 56평), 249.8㎡(약 75평)다. 약국 임대 구역은 111.38㎡(약 33평)다.

임대료는 5년 동안 부가세를 포함해 각각 1억 1659만원, 2억 3543만원, 5억 1768만원이며 약국 임대료는 3억 262만원이다. 연간 임대료로 환산하면 각각 2331만원, 4708만원, 1억 353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194만원, 392만원, 862만원이다.

개원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역 근처에 병의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역에 있으면서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입지도 쉽지 않지만 가격 경쟁력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역사내 의원, 한의원 및 약국 개설 임대사업 대상
그렇다면 또 다른 시범사업 역인 장지역 상황은 어떨까. 장지역은 지하에 약국과 의원(한의원) 각각 한 곳씩 임대를 하려고 한다.

장지역의 임대 조건은 면적이 의원 자리가 242.98㎡(약 73평) 약국 자리는 38.82㎡(약 11평)이다. 임대료는 각각 4억 1535만원, 2억 7517만원.

연으로 환산하면 8307만원, 5503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692만원, 1100만원이다.

개원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장지역에는 복합 쇼핑몰이 있고 바로 앞에 수천세대 아파트 단지도 있어 이동량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약국이라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역사 내 의원을 찾을 지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장지역 이용상황도 DMC역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달 장지역 승하차 인원은 81만 5731명으로 일평균 2만 6314명.

지하라는 점도 개원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경기도 C가정의학과 원장은 "매일 출근을 지하로 한다는 것 자체가 답답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지하철 출구만 나오면 의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굳이 지하까지 내려가서 개원을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