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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문병원, 복지부·질본 넘는 씽크탱크로 키워야"

이창진
발행날짜: 2016-02-23 05:03:14

전문가들, 전문병원 역할 강조…"정부 조직은 여력 없어"

신종 감염병에 대비한 전문병 전문병원은 진료기능 뿐 아니라 연구와 정책 개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 주최로 2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방안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감염병 전문병원은 단순한 진료 뿐 아니라 연구와 전문가 양성, 정책개발 등 씽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 운영모델' 주제발표를 통해 설립 비용을 추정했다.

박형근 교수에 따르면, 음압격리 일반 병상 손실규모를 병상 50% 가동 시 연간 병상 당 13억원, 90% 운영 시 3억 5000만원 손실 발생을 전망했다.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의 감염병 전문병원 모델 주제발표 모습.
음압병상 중환자실의 경우, 병상가동률 50% 연간 54억원, 100% 가동 시에도 연간 40억원 등의 적자 발생으로 추정됐다.

아주대 공대 권순정 교수는 공사비와 관련, 병상 당 최소 13억원으로 일반 대학병원 3억원에 비해 최소 4배 이상이며 지하 2층과 지상 13층 등 총 16층 규모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시 약 17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연자들은 비상시와 평상시를 구분한 감염병 전문병원 역할을 주문했다.

고려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메르스 사태 시 핵심 전문병원 부재로 혼란을 겪었다. 감염병 진료와 연구, 전문가 양성 및 교육 그리고 정책 개발 등 씽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관리조직으로 연구와 정책을 만들 여력이 없다. 전문병원은 국가 신종 감염병에 대비한 씽크탱크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MC 권용진 기조실장.
김우주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와 2011년 고도병상 정책 논의 시 음압병실 신설 등 동일한 내용이 논의됐으나 실현되지 못했다"면서 "메르스 사태에서 느낀 점은 미스 매치다, 음압병상 뿐 아니라 전문인력과 시스템, 유지 비용과 유사시 예산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림의대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단순히 전문병원 신설로 규정하기보다 시설기준 상향조정 등 의료환경 변화와 의료진 숙소 등 현장 문제점을 반영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조했다.

엄중식 교수는 "전문성을 지닌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염병 전문병원 채용과 유지 인건비를 보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의료진을 의무감과 사명감만으로 선발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메르스 사태를 몸소 경험한 국립중앙의료원 권용진 기획조정실장은 훈련된 병원과 전문인력의 감염병 전문병원 역할을 개진했다.

권용진 실장은 "훈련된 병원과 전문인력이 해야 국민이 안전하다. 연구는 하지 말라고 해도 안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가 판단할 수 있는 지원과 조직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설립 비용과 관련, "음압병상 가동에 따른 손실 비용은 추정치 보다 커질 수 있다. 메르스 의심 투석환자 치료 시 병실에 투석실을 설치했다, 적자폭은 예측할 수 없다. 평소 투자비와 상황 발생 시 투자비는 다르다"며 막대한 비용투자가 필요함을 내비쳤다.

이날 공청회는 질본과 병원 등 보건의료 관계자 130여명이 참석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기모란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립되면 환자가 치료하고, 확산을 줄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병원 하나로 안 된다. 센터 개념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모란 교수는 "전문병원을 만들어 평상시 의료진 대기와 유지에 필요한 예산이 투입되면 뭐하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적자는 당연하다. 환자를 살리고 사회를 보호해 의료수준을 높인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거시적 접근을 주문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기석)는 오는 6월 감염병 관련법 개정 시행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 시 별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목표로 관련 공청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