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 폐렴 증상으로 대전 E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 이 모 씨. 그는 평소 만성폐쇄성질환, 심장중격결손증, 심방세동 등 호흡기 및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였다.
이 씨는 일주일 동안 입원해 있으며 폐렴 증세 치료를 받았다.
증세가 좋아지자 퇴원을 하기로 한 바로 그날. 이 씨는 영영 깨어나지 못 했다.
이 씨의 사망에는 야간 당직의사의 연락 두절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퇴원하기로 한 날 새벽 5시. 이 씨는 오른쪽 옆구리 통증과 발열,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간호사는 즉각 야간 당직의 A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약 15분 만에 성사된 전화통화. A씨는 환자를 직접 보러 오지도 않았다. 간호사가 말하는 증상만 듣고 요로결석 및 급성신우신염 검사를 지시했다.
이 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선임 전공의 B씨가 왔다. 하지만 B씨 역시 이렇다 할 진료를 하지 않았다. A씨가 내린 검사 결과만 기다릴 뿐 실질적인 처치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50분이 지났다. 이 씨의 주치의인 호흡기내과 전문의 C씨가 등장했다. 그는 대량폐쇄성폐질환,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심장내과 당직 교수와 상의를 하고 검사, 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 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한 지 2시간이 넘도록 야간 당직의사였던 A씨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유족 측은 의료진의 명백한 오진이며 의료과실이라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야간 당직의 A씨가 자리를 지키지 않은 채 연락조차 되지 않아 응급처치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 2시간을 아무런 조치 없이 허비했다"며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병원 측은 "이 씨의 주증세는 오른쪽 옆구리 통증과 발열로 이 증상만으로 내린 조치는 의학적으로 정당했다"며 "이 씨의 사망은 불가피한 결과로 사망과 의료진의 과실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39단독(판사 최경서)은 이번 소송에 대해 병원 측이 유족에게 2799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야간 당직 의사는 야간에 입원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응급상황에 긴급히 대처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 부담이 있다"며 "무려 2시간 이상 A씨는 자리를 비웠을 뿐만 아니라 전화 연락조차도 안 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사의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또 "환자가 병원 외부에서 증세가 나타나 E병원으로 후송돼 온 것도 아니고 이미 입원해 있었음에도 야간 당직 의사의 부재로 발병 직후 초기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원기간 동안 기저질환이 모두 파악돼 진료기록에 있음에도 A씨는 직접 환자를 진찰하지도 않은 채 간호사에게 전해 듣기만 하고 검사를 지시했다"며 "호흡 곤란 증세에 대해서는 어떤 검사나 조치도 취하지 않아 폐색전증을 치료하기 위한 기회도 박탈했다. 오진의 과실도 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