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분만 취약지를 없애겠다며 산부인과 지원 방침을 내놨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산부인과 개원가에 따르면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수익'을 핑계로 산부인과를 오히려 없애고 있으며 이 대열에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도 합세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경기도에 6개 의료원이 있는데 이천의료원은 산부인과가 없고 수원의료원도 지난해 산부인과가 생겼다"며 "또 다른 의료원도 지난해 산부인과 폐쇄를 심각히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실제 메디칼타임즈가 전국 39개 의료원 홈페이지를 통해 산부인과 개설 현황을 파악해본 결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과 강릉의료원, 순천의료원, 제주의료원, 통영적십자병원 등 5곳에 산부인과가 없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공공병원까지 산부인과 개설을 기피할 수 있는 이유는 현행 의료법에서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 필수진료과목 기준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은 7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설치하면 되는데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을 꼭 설치해야 한다.
해마다 정부가 발간하는 건강보험통계연보에는 종별 분만기관 수와 분만 심사 실적이 나오는데, 분만은 산부인과 전문의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종별 산부인과 개설 현황을 추측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10곳 중 1곳 정도만 분만을 실시하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중 90% 이상은 산부인과가 없다는 소리다.
산부인과의사회 고창원 대외협력이사는 "지방의료원은 대부분 300병상 미만에 속한다"며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수익성이 낮은 산부인과 대신 소아청소년과 개설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의료원 표준 운영 지침에도 산부인과를 필수적으로 운영토록 정해놓고 있지만 경영이 어려운 일부 병원은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기도 하고 진료실적이 나쁘다고 해고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적어도 공공병원만큼은 산부인과를 필수진료과목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이사는 "출산율 증대와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필수진료과에 산부인과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며 "적어도 의료취약지, 공공병원에는 산부인과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굳이 분만을 하지 않더라도 난임 산모가 대도시에서 시행할 시술을 위한 약 복용이 필요하면 가까운 공공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고, 고혈압 임신부도 외래를 편하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발표하며 분만 산부인과 설치 및 운영을 지원해 2020년까지 모든 분만 취약지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분만 지원에 대한 별도 법률 제정 또는 현행 공공보건의료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고창원 이사는 "출산율 증대와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에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4개과가 모두 설치돼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임산부의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안전한 출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