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지 정맥류 레이저 시술을 실손 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놓고 흉부외과 의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실손 보험 제외에 대한 부당함을 환자 단체에 적극 알리고, 약관에 문제가 없는지 법률적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1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하지 정맥류 레이저 시술 실손 보험 제외를 놓고 "지방의 한 흉부외과 의사가 익명으로 보낸 편지 때문에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전문적인 분야의 보험 여부를 추진하면서 전문가 단체에는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며 "금감원에 연락했더니 홈페이지에 의견조회를 위해 40일 동안 공지했다더라. 누가 금감원 홈페이지에 일일이 들어가서 약관 바뀌는 걸 확인하고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비급여인 레이저 하지 정맥류 수술은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실손의료보험 표준 약관을 개정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외모 개선의 목적으로 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학적 근거 없이 국민 건강권과 치료 선택권이 불합리하게 제한돼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비난 하고 있는 상황. 의협은 실손 보험 대책 TFT까지 구성해 실손 보험 표준 약관을 의학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 정맥류 수술을 주로 하고 있는 흉부외과 개원가도 이번 표준 약관 개정이 부당하다 판단하고 대책을 찾고 있다.
김승진 회장은 "하지 정맥류 레이저 수술은 비급여로 200만~300만원 정도 하는데 환자군은 주로 미용사, 교사, 승무원, 약사, 캐셔 등 경제를 위해 몸으로 뛰는 국민"이라며 "환자 선택권 박탈은 물론, 일선 의료기관이 환자 민원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하지 정맥류는 심하면 생명과 직결되는 병인데 미용이라고 해버리니 황당하고 어이없다"며 "불합리하게 바뀐 표준 약관에 대한 정보를 환자 단체에 제공하고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 정맥류 수술을 외모개선의 목적으로 본다는 것 자체를 학술적으로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심성보 이사장은 "표준 약관 개정은 어찌 보면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의 문제인데 전문가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지 정맥류 수술을 받을 정도의 환자는 심각 수준"이라며 "점 빼는 미용 레이저로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전문가한테 물어본 것도 아니고, 환자 편에 서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승진 회장에 따르면 하지 정맥류 수술 기준은 명확하다. 혈관초음파 검사에서 혈액 역류가 0.5초 이상이면 수술을 권한다.
김 회장은 "하지 정맥류 환자들은 밤에 잠을 못 자겠다고 호소할 정도로 아픈 질환"이라며 "레이저 수술은 회복이 빠르고 당일 퇴원이 가능한데다 기존 수술보다 효과가 좋다는 논문도 많이 나와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흉부외과 전문의기도 한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의협은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실손 보험 대책을 의료영리화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며 "사보험은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의 관계인데 정부가 국민 혜택을 뺏어서 기업에게 주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승진 회장 역시 "금감원에 항의를 하니 다음부터는 전문가 단체와 상의한다는 권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며 "건강보험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실손 보험이 보장해줘야 하는데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