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돼 벌금형까지 받았던 사무장이 진화한 수법으로 사무장병원을 8년간이나 운영하다 적발됐다.
직접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다발성으로 병의원을 운영한 것도 모자라 비영리법인 명의를 빌려주고 대여료까지 받았다. 아들에게도 이 방법을 물려주려 했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윤준)는 최근 사단법인을 세워 병의원을 개설한 사무장과 그의 아들, 법인 명의를 빌려 간 또 다른 사무장에게 사기죄, 의료법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형을 내린 원심을 유지했다.
사무장병원으로 돈 벌기에 심취한 이 모 씨의 범죄는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2년 5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사회복지법인, 사단법인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병원인 S의원을 운영하다 덜미가 잡혀 벌금형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그는 반성하기보다는 스스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2005년 12월 사단법인 A건강증진회를 만들었다.
한 달 후 그는 서울 강서구에 진료실과 물리치료실을 갖춘 S의원을 개설했다. 놀라운 점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돼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S의원 개설 2개월 후 H의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2년동안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 27개월 동안 그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타간 요양급여비는 2억3166만원.
이 씨는 S의원에 만족하지 못 했다. 2006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 진료실과 회복실을 갖춘 A의원을 개설해서 운영했다. 그러다가 또 다른 사무장에게 의원을 양도하면서 사단법인 명의를 빌려주기에 이른다.
또 다른 사무장 서 모 씨에게도 사단법인 명의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매월 300만원을 받았다. 서 씨는 빌린 법인 명의로 치과의원을 개설하고 27개월 동안 3억3076만원을 타갔다.
이 씨의 문어발식 사무장병원 확장은 끝나지 않았다. 2008년 7월, 이 씨는 경기도 김포시에 J요양병원까지 세운다. 아들은 원무부장을 시켰다. J요양병원은 75개월 동안 56억3194만원을 받아 갔다.
이 씨는 경찰 진술 과정에서 "나이가 들어 물러날 생각으로 아들에게 법인 대표직을 인계하려고 했다"며 "아들이 J요양병원 운영에 전념하고 있으며 그에게 법인 운영 방법이나 사업 요령 등 법인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씨와 그의 아들, 이 씨에게 사단법인 명의를 빌려 간 사무장 서 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 씨와 그의 아들은 징역 2년6개월, 서 씨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신 이 씨는 집행유예 4년, 서 씨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 씨가 운영한 사단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도적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며 수천만원의 대여료를 받고 법인 명의를 빌려줘 사무장병원 개설에 가담했다"고 지적하며 "편취한 요양급여비가 70억원이 넘고 병원 폐업 등으로 70억 대한 환수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범행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이 씨가 현실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건보공단의 피해 금액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유리한 정상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