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습관 문화가 서구화되면서 국민 체질량지수(BMI)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비만은 제 2형 당뇨병 발병의 매우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비만 상태에서는 인슐린의 작용이 감소되고 인슐린저항성 및 고인슐린혈증 상태가 유발된다. 결국 인슐린 분비가 이에 상응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게 되면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다.
비만은 당뇨병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당뇨병 치료의 핵심이 '혈당관리'라는 점에 비쳐볼 때 비만은 혈당조절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만 당뇨병 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2'에 따르면 당뇨병환자 4명 중 3명(75%)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으로, 평균 체질량지수 (BMI)는 25.2kg/m2였다.
이런 이유로 의료진들은 메트포르민과 더불어 DPP-4 억제제 및 GLP-1 수용체 작용제 등 인크레틴 제제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내분비학회(ENDO) 2015년 비만 약물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제2형 당뇨병을 가진 과체중 혹은 비만 환자의 약물 치료 시, 1차 치료제 메트포르민과 병용할 약물로 인크레틴 제제 등 체중감량의 영향이 있는 약물을 권장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 데이터를 보면, 혈중 DPP-4 농도는 BMI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의대 최성희 교수는 "기존 DPP-4 억제제(sitagliptin, vildagliptin, saxagliptin, linagliptin, gemigliptin, alogliptin)의 임상데이터를 메타분석했을 때 BMI가 올라갈수록 HbA1c 감소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며 "BMI가 낮을수록 HbA1c 감소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anagliptin 성분의 DPP-4 억제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최성희 교수는 "일본의 anagliptin 연구에서는 BMI가 25kg/m2 이상으로 높은 그룹에서 HbA1c 감소효과가 좀 더 컸다"며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DIANA-302 연구에서도 BMI가 낮거나 혹은 높거나 HbA1c 감소효과에 큰 차이가 없는 결과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비만 환자에서 anagliptin을 사용해도 어느 정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DPP-4 억제제 연구와 BMI 대상이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국내 비만 당뇨병 환자에서는 DPP-4 억제제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최 교수는 "BMI가 높은 환자에서 anagliptin이 효과가 좋다는 것은 아니고 기존 연구에서는 BMI가 높은 환자에서 확실히 혈당강하 효과가 떨어지는데 anagliptin은 BMI가 높아도 기존 연구처럼 효과가 현격하게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BMI가 23~25 kg/m2로 몰려있고 saxagliptin이나 linagliptin 연구에서는 BMI가 30kg/m2이 넘는 사람이 많아 head to head로 비교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80% 이상이 BMI가 25kg/m2 미만인 것을 고려해봤을 때 적어도 BMI가 높아진다고 anagliptin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nagliptin, MAGE 개선 입증…평균 혈당치도 감소
Anagliptin은 최근 당뇨병 치료에서 중요한 패러다임인 혈당변동성(MAGE)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에 따르면 과거 당뇨병 치료에서는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를 목표로 약제를 선택하고 혈당관리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혈당변동성(glucose fluctuations)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가 정상이어도 혈당변동성의 폭이 크면 당독성이 높아짐에 따라 산화스트레가 증가해 β-cell이 괴멸하고 혈관내피세포를 파괴하게 돼 궁극적으로 죽상동맥경화 등 대혈관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톨릭 의대 권혁상 교수는 "식후 발생하는 hyperglycemic spikes는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산화 스트레스는 내피세포 기능부전을 가져와 심혈관 질환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상 교수에 따르면 고령의 AMI 환자 코호트에서 CGMS를 통해 MAGE를 측정한 결과, MAGE 수치가 높은 quartile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았다.
권 교수는 "이 연구에서는 HbA1c가 6.5% 미만인 그룹과 6.5% 이상인 그룹으로 나눠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급성심부전, MACE의 발생률을 살펴봤는데, 두 그룹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며 "그런데 MAGE 수치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MACE 발생률을 봤을 때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여 HbA1c보다 MAGE가 AMI 이후 심혈관 사건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Anagliptin은 이러한 MAGE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일본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3일간 anagliptin 100mg BID를 투여했을 때, anagliptin을 투여하기 전보다 MAGE가 유의하게 감소했고 혈당치 AUC나 24시간 평균 혈당치도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DPP-4 제어, 1일 2회 복용으로 꽉!”
Anagliptin은 1일 2회 복용(BID)을 택하고 있다.
2015년 Diabetologia지에 실린 텔아비브 대학의 다니엘라 자쿠보위츠(Prof. Daniela Jakubowicz)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고칼로리 투여 시 낮에 활동량이 많아 혈당이 빠르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반면, 저녁에 고칼로리 투여 시 야간 고혈당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국내 DPP-4 억제제 중 상당수는 1일 1회 복용(QD용법)을 택하고 있다. DPP-4 억제제는 말 그대로 DPP-4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QD 용법의 DPP-4 억제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최대 18시간쯤 지나면 DPP-4 억제율이 60% 정도로 떨어진다.
여기에 자쿠보위츠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적용해보면 하루 24시간 중 야간 혈당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야식 또는 저녁 식사량이 많아지고 있는 현대 한국인의 경우, 아침 뿐 아니라 저녁에도 혈당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nagliptin은 100mg BID 투여 시에 24시간 동안 DPP-4가 80% 이상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식사 후 잠을 자고 있는 중에도 혈당이 효과적으로 조절된다는 의미다.
Anagliptin, Lipid profile 개선 효과도 우수
Anagliptin은 지질 프로파일 개선효과도 입증했다.
일본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anagliptin 100mg을 BID 용법으로 52주간 투여했을 때 LDL-C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nagliptin 투여 전 LDL-C이 120mg/dL 이상인 그룹에서는 52주째 LDL-C이 11% 감소했으며, LDL-C이 140mg/dL 이상인 그룹에서는 52주째 13.9% 감소했다.
TG 역시 투여 전 150mg/dL 이상인 그룹에서 52 주째 16.1% 감소했다. 반면 HDL-C은 24주째 기저시점 대비 12.5% 유의하게 상승했다.
DPP-4 억제제는 apolipoprotein이나 콜레스테롤 생성 및 분해에 작용하는 여러 가지 효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성희 교수는 "anagliptin 역시 chylomicron의 형성에 사용되는 MTTP 나 ACAT2, ApoA2의 발현을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특히 ApoC2의 발현을 많이 감소시키며 ezetimibe에 작용하는 NPC1L1도 어느 정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특히 anagliptin은 sitagliptin 대비 유의하게 콜레스테롤의 de-novo synthesis에 작용 하는 SREBP-2와 SREBP-1과 같은 여러 가지 효소를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anagliptin은 기존 데이터에 비해 혈당강하 효과가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DPP-4 억제제의 경우)BMI가 높은 환자에서 혈당강하 효과가 조금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anagliptin은 이 부분에 대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고, 지질 개선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나오고 있어서 기대를 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