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25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일본 원격의료 관련 현지방문을 통해 느낀 점과 한국 원격의료 추진 정책의 시사점을 밝혔다.
복지부는 김강립 정책관을 위시해 김건훈 원격의료기획팀장, 임강섭 사무관(의료법 담당), 보건의료연구원 및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 언론 등과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원격의료 관련 현장방문했다.
일본은 지난 4월부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실시했다.
일본의 원격의료는 포켓닥터 상용서비스를 통해 전체 의료기관 1%인 1340곳(2월 현재)이 참여 신청했으며, 재진환자에 국한해 진료시간을 예약해 24시간 365일 화상상담하는 방식이다.
이날 김강립 정책관은 일본 후생성과 원격의료학회, 의사협회 등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느낀 점을 피력했다.
김강립 정책관은 "일본은 법적으로 얼마든지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며 "후생성 의정국장과 만나 한국은 의료계 반발이 심하고, 심지어 파업까지 했다고 전하니 웃더라"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강제로 했느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답했다"면서 "일본 의사협회 부회장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며 한국과 다른 일본 의료계 정서를 전했다.
그는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의료비 절감 차원에 아니라 현 의료시스템을 갖고 하기에 어려우니 보완적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원격의료 관련 모든 규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활성화를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라며 "현재 의료기관 1% 정도가 가입의사를 밝힌 상태다, 실제 가입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강립 정책관은 일본 원격의료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일본 원격의료 목표는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는 재진의 경우 앱을 누리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모델이다"라며 "소아청소년과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두 번째 모델은 예약을 하면 의사와 상담(초재진 모두 가능)하는 형식인데 대신 100% 비급여다"라며 "택시와 같이 시간 당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관에 따르면 일본 원격의료의 세 번째 목표는 응급상담이다. 회원제 형식으로 미리 돈을 지불하고 횟수를 제한한다. 다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모델 시행 시점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은 선택분업으로 원격의료 관련 택배배송을 일부 시행하고 있다. 도시지역은 철저히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형태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의사들, 찬성도 반성도 없어 "원격의료 무관심"
일본 후생성의 의료계 설득 과정은 의외였다.
김강립 정책관은 "복지부가 가장 궁금한 부분이 일본 의사들을 어떻게 설득했느냐는 것이었다. 답변은 '설득 안 했다'였다"며 "반대도 찬성도 없었고 일본 의사들은 대체적으로 원격의료에 관심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김 정책관에 따르면 일본 후생성은 환자 쏠림과 원격의료 전문병원 설립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일본에서는 그런 현상이)전혀 없었다. 한국 의료계의 주장에 불과했다"고 답변했다.
김강립 정책관은 "우리는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하고 있다. 우리보다 시스템이 좋거나 대단한 장비를 사용하는 게 아니다"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재택 환자를 퇴원 후 관리하는 간호서비스와 호스피스 환자관리 등을 통해 환자 만족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재택 퇴원 후 간호관리와 호스피스 환자관리 인상적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동네의원 역할론과 관련,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밀착관리가 궁극적인 지향점이다"며 "당뇨만으로 22만명이 상급종합병원을 다닌다. 굳이 원격의료가 아니더라도 ICT를 활용한 건강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 합병증 발생률은 OECD 대비 1.5배 높다. 동네의원이 그 역할을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만들어주지 못한 정부 책임도 크다"면서 "당뇨 합병증 20%만 줄여 그 금액을 개원가로 환원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암환자 상담수가만 인정하고 있으나 의원급 상담수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국회와 마찬가지로 폐기되는 법안을 살려놓은 성격이다. 이미 입법예고한 것이기 때문에 기간도 짧다. 의미 부여할 일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강립 정책관은 "원격의료는 의료복지 실현을 위한 공공의료의 보완적 수단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이다. 실행력을 갖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며 의료계의 전향적 인식전환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현지방문 성과는.
한 마디로 '지나친 우려도, 엄청난 기대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사전 시범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얼마든지 원격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일본 후생성 의정국장과 한국의사들의 원격의료 반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파업까지 했다는 말에 웃음을 보였다. 의사들 스스로 판단할 일인데 왜 파업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의사들이 싫으면 안 하면 되는 일이다. 일본 의사협회 부회장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이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의사가 하고 싶고 환자가 원한다면 하면 하면 된다.
일본의 경우 원격의료가 시행된지 오래지만 활성화 되진 않았다. 판독, 영상, 임상병리 등 원격협진 비중이 높았다. 그리고 재택환자들도 일부 시행 중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인구구조가 10~15년 앞서 있다. 방문간호 통해 의사에게 태블릿 PC로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심각한 질환은 원격의료가 불가능하다.
일본 원격의료 운영 방식은.
일본은 지난해 8월 원격의료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었다. 이전에는 격오지, 도서벽지 중심이었지만 통지문(우리나라의 고시)를 통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활성화를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굳이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두 회사가 합작으로 원격의료를 지원한다. 하나는 의료인 소개하는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료정보를 담당하는 회사다. 역할이 분담돼 있다. 현재 의료공급자의 1% 정도가 가입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실제 가입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원격의료에 대한 일본의 목표는 크게 3개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재진환자가 앱을 통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단 초진은 제외한다. 소아과에서 가장 활성화 되고 있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편리하다는 평가다.
건강보험에서 대면진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재진료를 인정해 준다. 초진료는 일본이 2만8000~2만9000원 정도로 우리나라 보다 비싸다. 하지만 재진료는 일본이 낮다. 일본은 전화, 화상을 통한 상담도 재진료로 인정된다. 별도 왕진 수가도 있다. 우리도 왕진이 가능하지만 별도 수가는 없다.
두 번째 모델은 예약을 하면 전문의와 상담(초‧재진 모두 가능)하는 형식이다. 대신 100% 비급여다. 택시의 미터기와 같이 시간 당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응급상담이다. 회원제 형식으로 미리 돈을 지불하고 횟수는 제한한다. 월 몇회 이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두, 세 번째 모델의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의료계 관계 형성은.
일본은 의약분업을 하지 않았다. 선택분업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반목이 없다. 의약품 택배배송과 관련 일본에서 일부는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의사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그렇지 않아도 가장 궁금한 부분이라 질문했다. 답변은 "설득은 없었다"였다. 반대도, 찬성도 없었다. 대체적으로 원격의료에 대해 일본 의사들은 관심이 적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원격의료 전담병원 우려는.
일본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주장에 불과했다. 원격의료학회, 일본의사회, 후생성 등을 방문했다. 원격의료현장은 가보지 못했다. 지나친 우려는 필요없다. 의료의 판이 바뀌는 것처럼 받아들일 필요없다. 대면진료가 의료의 원칙임은 불변의 진리다. 보완적 수단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일차의료 정책 방향은.
의료정책에 단순한 해법은 없다. 복잡한 퍼즐일 수 밖에 없다. 원격의료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보다 밀착해서 촘촘하게 관리해 주기 위한 수단이다.
크게 두 가지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의료 접근성을 제한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동네의원들의 역할론이다.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밀착관리가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22만명이 당뇨만으로 3차 병원에 다닌다. 이것은 잘못된 현상이다. 굳이 원격의료가 아니라 하더라도 ICT를 활용한 건강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수반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당뇨 합병증 발생률은 OECD 대비 1.5배 높다. 동네의원들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만들어주지 못한 정부 책임 크다. 동네의원들이 수시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동네의원 간다.
강제적으로 가라고 해서 가지 않는다. 합병증 감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효과는 어마어마하다. 20%만 줄여 그 금액을 개원가에 풀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담수가 신설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암환자 상담수가만 인정하고 있다. 프레임을 만들어 줘야 할 시점이다.
엄격히 따지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건강상담도 원격의료 아닌가. 원격의료 아닌 비대면진료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다. 무엇이 현명한 판단이고 필요한 부분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비대면진료 수단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전화상담 원격상담 등은 허용해야한다. 도시지역 초진은 물론 제한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리를 요하는 만성질환자 위주로 대상을 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만성질환관리는 OECD 수준 이하로 평가된다. 이 부분이 향상되면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동네의원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원격의료법 입법예고 후 의사협회가 곤란한 상황이다.
여느 국회나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필요한 법안의 수명연장 차원이다. 이미 입법예고를 진행한 법안인 만큼 협의는 필요없다. 입법예고 기간도 그래서 짧게 잡은 것이다.
물론 건설적인 의견이 들어오면 반영할 의지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 필요에 따라 법안 내용을 조정할 의지는 얼마든지 있다. 열린 마음과 합리적인 방향으로 응하겠다.
일본 원격의료의 국내 접목 가능성은.
큰 틀에서는 지향점이 같다. 격오지 등은 우리보다 시스템이 좋지는 않았다. 대단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교도소 및 군부대 원격의료는 그 효율성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