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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만 챙기는 분만정책, 공급자 쓰러져도 상관없나

박양명
발행날짜: 2016-05-27 05:00:59

1인실 급여화…의료계 "포퓰리즘 정책"vs정부 "진행에 최선"

"분만 관련 1인실 급여화와 초음파 급여화라는 말만 들으면 공청회가 필요할 정도의 문제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이 제기한 의문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6일 대한의사협회관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다.

환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1인실 급여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일방적 희생'에 있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임신과 출산의 보장성이 확대되고 임신부 부담이 낮아지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산부인과 의사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만 수가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비급여인 초음파와 상급병실 수가로 이를 보전해 왔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일찌감치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 일환으로 출산 시 비급여 진료비 중 가장 비중이 큰 초음파 검사와 상급병실료 보험 적용을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초음파 검사는 비급여 비용의 35.1%, 1인실 등 상급병실은 비급여 비용의 19.1%를 차지하고 있다.

이홍주 학술자문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이홍주 학술자문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분만 저수가 현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우선 우리나라 출산비(인건비+시설 운영비+영상진단 및 검사+약품 재료)는 144만원 수준으로 프랑스 324만원, 미국 754만원, 일본 50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이홍주 위원은 "분만 건수 20건에 제왕절개율이 35%일 때 월수입은 총 3380만원"이라며 "분만시설 유지비용 중 인건비로 3941만원, 임대료 등 기타 비용으로 1740만원이 들어간다. 분만 수입만으로는 시설 유지비를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산부인과 개원의 진료시간도 주당 53.6시간, 입원실을 운영하는 산부인과 개원의의 주당 진료시간은 58.7시간으로 노동 시간도 길다"고 말했다.

이근영 고문
산부인과학회 보험위원회 이근영 고문도 산과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는 산모만 지원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고문은 "산부인과 의사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 이는 나라 전체가 붕괴된다는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 정책이 산모 측에만 포커싱 돼 있고 공급자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나도 없다"며 "노동 시간도 제일 길고 분만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하나도 보전되지 않고 있으며 의료분쟁은 제일 많은데 누가 산부인과를 하려고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포괄수가제 등으로 제왕절개를 한 산모도 분만 후 3~4일 입원 후 퇴원하는 데 재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겠나"라고 반문하며 "1인실 급여화는 산모들만 원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정말로 심각한 부분은 고위험 산모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고위험 산모가 굉장히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수가가 하나도 없다"며 "고위험 산모를 간호하는 간호사는 휴가를 갈 수가 없고, 대학병원은 적자가 엄청난 상황이다. 산과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산부인과학회 최석주 사무총장은 "현재 저출산 문제는 임신 출산 관련 진료비가 높아서가 아니라 육아, 교육, 고용 등이 더 중요한 원인"이라며 "한 달에 평균 16만원 수준인 임신 출산 비급여 진료비를 낮추는 것은 저출산을 해결하는 효과적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음파는 산부인과의 대표적 수입원"이라며 "급여화에 따른 적정 수가 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산부인과 병의원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의료계도 의견 관철 위해 정책파트너와 적극 대화해야"

정통령 과장
산부인과 의사들의 볼멘 소리에 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공청회를 개최할 게 아니라 의료계가 정책파트너와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쓴소리 했다.

그는 "보장성 강화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같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받았을 때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체 연령을 비교해봤을 때 임산부에 대한 보장률이 가장 낮다는 데서 임신과 출산 보장성 강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며 "1인실 급여화 문제도 일반병상을 50% 확보해야 한다는 과정에서 비급여 병실에 대해 늘어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과장은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개최한 공청회의 성격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산부인과 살리기, 저수가 해결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해왔다"며 "이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에 대한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 의료계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공무원은 이 문제를 윗사람에게 설득할 수 있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움직이는데 그 논리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정책파트너와 깊이 논의하고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문제를 바깥으로 꺼내놓고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 공청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가 책정 시 기존 관행 수가보다 낮게 결정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과장은 "지금까지 수가가 관행보다 굉장히 낮게 정해지는 게 많았고 이에 따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여있다"며 "관행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비급여를 급여화할 때 적절한 수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인실 급여화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해진 사안인 만큼 급여화를 진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