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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개시법, 변호사에 호재? 법조계 '시큰둥'

박양명
발행날짜: 2016-05-30 12:00:05

"사망·중상해 많지 않을 것…조정 결정 따를 필요 없다"

"변호사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 아닌가."

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 법 제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의 우려 중 하나다. 법 제정으로 의료분쟁이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의료소송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체 의료소송 사건 중 사망과 중상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의료분쟁 조정이나 소송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료소송 전문 서 모 변호사는 "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로 의사들이 조사나 조정에 의무적으로 참여해 합의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의료소송 중 사망과 중상해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큰 병원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와 먼저 합의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금액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분쟁 상담 및 조정 건수
실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에서도 사망이나 중상해 상담 및 조정 신청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출범한 2012년 의료분쟁 전체 상담 건수는 2만6831건이었는 데 이중 환자 사망 상담 건수는 766건으로 2.9%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 전체 상담건수 3만9793건 중 사망 상담 건수는 677건으로 1.7%에 불과했다.

반면 조정 신청 건수 비중은 10건 중 2건 수준이었다. 2012년 전체 조정 접수 503건 중 25%인 127건이 사망 사고였다. 이 비율은 2013년부터 17%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지난해는 1691건 중 299건이 사망 사고 접수였다.

1개월 이상 중상해로 조정 신청을 한 건수는 지난해 2건에 그쳤다.

최 모 변호사는 "일단 법이 본격 시행된 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의료소송 중 미용수술 관련 사고가 가장 많은 편이고 사망과 중상해 사건은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거기다 과실과 무과실 경계점에 있는 애매한 의료사고들은 대형병원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은 몇 개의 대형로펌이 자문하고 있어 중소 로펌들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모 변호사는 "강제 조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며 "조정 결정이 나온 후 병원이든 환자든 15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 결정은 아무런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