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의사들은 "생뚱맞은 일"이라며 고혈압약 성분과 발기부전약 성분을 합친 복합제 개발 움직임에 제동을 걸며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같은 질환에 대한 성분을 합친 복합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질환치료를 위한 성분을 합친 약인데 이 성분 중 하나는 오남용 금지 의약품으로 지정된 비급여 의약품이다.
비뇨기과 의사들의 우려는 지난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기부전-고혈압 복합제를 허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왔다. 현재는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아모라필정(타다라필/암로디핀, 식약처 허가명)이 유일하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는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가에서 통제하는 약을 만성질환인 고혈압약에 엮는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식약처는 아모라필정 허가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 취소가 불가피하다면 급여화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비뇨기과의사회는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약품 오남용 방지 대책 위원회까지 꾸렸다. 위원장은 이동수 홍보부회장이 맡았다.
아모라필정에 대한 비뇨기과 의사들의 가장 큰 우려는 안전성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동수 부회장은 "제약사 측은 3상을 끝냈다고 하는데 임상시험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타다라필과 암로디핀 조합을 장기간 복용했을 때에 대한 연구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통 고혈압약과 발기부전약은 최소 30분의 시간 간격을 두고 먹도록 하고 있다"며 "복합제를 복용하면 타다나필이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암로디핀에 의한 혈압 강하 효과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기부전-고혈압 조합은 복합제 개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홍선 회장은 "복합제는 유효성 개선, 합병증 예방, 순응도 개선을 위해 개발하는데 발기부전-고혈압 복합제는 어디에도 해당되는 게 없다"며 "의약품 순응도를 높이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한 적정한 용량의 약이 투약되는 게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타다라필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된 만큼 오남용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거기다가 고혈압약과 합쳐진 복합제라는 이유로 급여화까지 이뤄진다면 무분별한 처방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비뇨기과 의사들의 생각이다. 타다라필은 한 알에 약 1500~2000원 하는 비급여 의약품이다.
어 회장은 "타다라필은 국가가 오남용 금지약물이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 복합제가 출시되고, 만에 하나 급여화까지 이뤄진다면 고혈압 환자나 암로디핀 복용이 필요하지 않은 발기부전 환자까지 복합제를 편법으로 처방받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병 진단과 치료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진료 및 치료를 의사 주도가 아니라 국민이 선택하게 되는 것은 재앙"이라며 "일이 벌어진 다음에 목소리를 내면 너무 늦다는 생각에 전문가로서 문제점을 먼저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비뇨기과 의사들의 우려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식약처 허가를 받긴 했지만 출시 일정이 아직 잡혀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복합제 개발이 반드시 출시로 이어진다고 할 수 없다. 식약처 허가를 받았더라도 출시하지 못한 제품도 많다"며 "아모라필정 역시 출시 및 약가 부분에 대한 계획은 미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