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인의료비 지출 억제정책을 펴왔다. 늘어나는 노인인구 때문에 건강보험재정이 파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 외래본인부담 정액제는 취약계층인 노인에게 과다한 본인부담금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저하시킬 수 있어 1995년 도입됐다. 2001년 정해진 현재의 정액구간(1만5000원)이 15년간 인상되지 않아 이제는 노인의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노인복지 향상을 막는 제도로 변질되었다.
현재 17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재정 흑자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망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건강보험재정 파탄을 들먹이며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건강보험 통계연보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약 60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1.9%이며, 노인진료비는 19조4969억원으로 2007년과 비교해 2.2배 증가했다고 특히 강조돼있다.
실제 제시된 표를 분석해 보면 2007~2014년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 증가율은 59.9%(207만9000원에서 332만6000원)로 전체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 증가율 59.8%(67만9000원에서 108만5000원)와 0.1%p차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동안 노인인구 증가율이 반영된 결과밖에 없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진료비 비율은 1999년 16.69%에서 2008년 30.79%, 2015년에는 37.8%로 그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됐다.
일반적으로 노인은 고령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이 크다. 최근 새로운 의약품이나 의료기술 발달은 노인의 생명을 더 연장시켜 노인의료비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0년 KDI 보고서(고령화와 의료서비스비용)에서 의료서비스 종류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입원서비스의 진료비는 1999년에서 2007년까지 3.5배, 외래서비스 진료비는 동일기간 동안에 2.1배 증가한 데 비해 약국(의약품)에 대한 진료비는 무려 91.8배나 늘었다.
약국에 대한 진료비 증가는 의약분업의 결과이므로 별개로 하더라도 노인의 외래진료비 증가율(2.1배)은 입원진료비 증가율(3.5배)의 60%에 불과하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노인인구의 건당 입원진료비는 1.07배 증가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건당 외래진료비는 8년 동안 오히려 37%감소(7만1700원 --> 4만5400원)했다.
주로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노인의 외래진료 서비스가 인위적으로 억제된 것이다. 노인정액제와 의학 교과서에도 없는 무리한 급여기준 적용 및 심평원 직원의 성과급과 연관된 삭감정책 등으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새로운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2050년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은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나라가 된다. 반면 노인 빈곤율(49.6%)은 2015년 기준 OECD 국가(OECD 평균 11%)중 세계 최고다. 경제적 빈곤은 노인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 원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33.1%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독거노인은 43.7%가 우울 증상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노인의 90%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70%는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가구가 부담을 느끼는 지출 항목으로는 주거관련비가 35.4%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고, 다음이 보건의료비 23.1%, 식비 16.2%다. 이렇게 보건의료비 부담이 먹는 것보다 더 절실하게 노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계속 1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정부는 노인 정액제 정액구간 인상과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수가 현실화 등의 실질적인 재정투입을 더 이상 늦추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