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음압격리 병실 확대가 의무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와 상의없이 병상 증설시 제재조항이 엄격 적용돼 병상 확대에 제동이 걸릴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안을 오는 8일부터 8월 1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개선안은 차기 상급종합병원(2018년~2020년)으로 지정받기 위한 기준으로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 기준 등을 대폭 강화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으로 복지부장관이 3년마다 지정하며, 현재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전국 43개소(제2기, 2015년~2017년)가 지정 운영 중이다.
앞서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환자, 소비자, 전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2차례 회의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정안을 논의했다.
우선, 음압격리병실 구비가 의무화된다.
이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2018년 12월 31일까지 음압격리 병실을 300병상에 1개 및 추가 100병상 당 1개를 설치해야 한다.
설치할 음압격리 병실은 국가지정병상에 준하는 시설(병실면적 15㎡, 전실보유)이 원칙이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일정 조건 하에 전실없는 음압격리 병실 또는 이동형 음압기 설치까지 인정한다.
다만, 500병상 당 1개는 반드시 국가지정병상에 준하는 시설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서울아산병원(2700병상)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 음압격리 24병실을 신설하거나 이동형 음압기 24개를 구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가지정병상 시설 기준에 입각해 최소 음압격리 5병상을 신설해야 한다.
음압격리 병실 공사에 최고 2억원~3억원의 공사비와 이동형 음압기 설치에 필요한 별도 비용 등을 감안하면 2000병상 종합병원 기준으로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2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감염병 위기 발생 시 가벽 설치를 통한 설치 및 공간구획 동선계획, 이동형 음압기 성능 유지 등 대응계획 제출도 의무화에 포함했다.
병문안 문화개선도 가점을 부여한다.
병문안객 통제시설을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지정 배치한 종합병원에 대해 상대평가 총점에 가점 3점을 적용한다.
가점 3점은 2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탈락한 4개 기관과 지정된 3개 기관의 당락을 뒤바꿀 수 있는 큰 점수이다.
환자 의뢰 회송 체계도 의무화했다.
상급종합병원과 병의원 간 환자 의뢰 회송 체계를 위한 전담조직과 진료협력 체결절차, 운영체계, 업무 매뉴얼, 환자 회송 시 제공할 진료정보 등을 갖춰야 한다.
병상 증설 시 복지부와 사전협의도 필수요건으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증설 시 복지부와 사전협의에 응하지 않거나 협의결과와 달리 증설을 강행한 경우, 상대평가 총점에서 5점을 감점한다.
이는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대형병원 쏠림 방지를 위한 복지부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 질 평가 기준도 신설했다.
기존 의료서비스 질 지정 요건으로 의료기관 평가인증 여부로 확인햇으나 상급종합병원 의료 질 평가에 적합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항목을 선정해 평가한 점수를 상대평가에 추가 도입한다, 배점 5%.
심사평가원이 시행 중인 적정성 평가항목 중 심장과 뇌, 주요암, 수술 예방적 항생제 사용 및 진료량 등이 평가 대상이다.
실습간호대학생 교육기능도 추가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요건으로 간호실습 단위(실습교육생 8인 이하로 구성) 당 실습지도인력 1인 이상을 배치하고 최소 3개 이상 간호대학과 실습교육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는 간호대생 증가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간호실습 교육 의무가 없어 실습의료기관 확보가 어려웠던 문제 해소를 위한 조치이다.
끝으로 전문진료질병군 진료비중을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 본연 기능인 중증 및 고난이도 질환인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현 17%에서 21%로, 상대평가 시 만점기준도 30%에서 35%로 상향 조정한다.
감기 등 경증질환인 단순질병군 비중 축소는 관련 자료가 준비되는 대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정영훈)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의료기관 문제점이 노출됐으며, 의료기관 전반에 걸쳐 의료 질 및 환자안전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안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곧이어 입원실과 중환자실 규격 개선안과 환자안전법 시행(7월 29일)을 통해 개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병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보라매병원과 해운대백병원 등 종합병원 상당수가 상급종합병원 진입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음압격리병실 구비 의무화 등 대규모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형병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