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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을 전부 날렸습니다" 윈도우 10의 습격

박양명
발행날짜: 2016-07-09 05:00:57

강제 업그레이드에 진료실 PC 먹통…"5년 이상 PC 업그레이드 자제"

윈도우10 업그레이드 안내 전체화면
"오전까지만 해도 잘 되던 처방전 출력 프린터가 점심을 먹고 왔더니 작동하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멈춰 진료기록을 몽땅 날렸습니다."

윈도우10을 1년 동안 무료 배포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격적 업그레이드 안내에 따라 발생한 일선 개원가의 피해 내용이다.

8일 개원가에 따르면 MS가 윈도우10 무료 배포 시한을 약 한 달 앞두고 공격적이었던 업그레이드 공지 방식을 바꿔 개원가의 피해 추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여전히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개원의들은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 A의원 원장은 "윈도우10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는데 몇 시간 동안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려 중단할 방법도 없어 컴퓨터 전원을 강제로 꺼버렸다"고 털어놨다.

서울 B내과 원장도 "며칠 전 진료 중 갑자기 윈도우 10이 30분 정도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더라. 환자는 밀려있는 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식은땀이 다 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업그레이드 후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프린터가 작동이 안 돼 다시 버전을 되돌려야 했다"며 "업그레이드 아이콘을 한번만 눌러도 자동 예약이 잡히는 것 같았다. 전자차트 업체에 전화를 걸어 정상화 시켰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윈도우 사용자들은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수시로 뜨는 업그레이드 안내창을 볼 수 있었다. 윈도우10 업그레이드가 기본으로 설정돼 있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거나 'X'버튼을 눌러도 OS가 전부 업그레이드되기도 했다.

업그레이드 시간이 길고, 시스템끼리 충돌이 일어나 컴퓨터가 다운되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는 문제가 생겼다. 과다한 통신요금을 물게 되거나 컴퓨터 저장공간을 낭비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윈도우10 강제 업그레이드로 피해를 입은 한 여행사 대표가 MS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했고, 온라인 청원 사이트(Change.org)에서는 MS의 공격적인 업그레이드 전략을 조사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MS는 이달부터 전체 화면으로 '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 혜택이 29일에 끝난다'는 안내문이 뜨도록 하고, 더 이상 공지하지 않기 버튼을 추가했다.

MS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컴퓨터 모니터를 하루 종일 봐야 하는 개원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료 정보 전문 기업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윈도우10 업그레이드로 시스템에 영향을 받았다는 문의가 심심찮게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통신 부품 개발업체 우리로 관계자도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시스템이 엉켜 데이터를 다 날리거나, 각종 병원 프로그램과 환경이 맞지 않아 다시 되돌리는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병원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아직 무료 업데이트 기간이 보름여 남아있는 상황에서 윈도우10 업그레이드 공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진료 및 청구프로그램 업체와 상의부터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남준식 정보통신이사는 "최근 업그레이드 여부에 대해 사용자의 의견을 꼭 묻도록 환경이 바뀌었다"며 "업그레이드 알림창을 보고 싶지 않다면 컴퓨터 제어판에서 설정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최신 소프트웨어일수록 보안이 강하다"며 "윈도우7까지도 바이러스에 뚫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3년안에 구입한 최신형 컴퓨터라면 업그레이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우리로 관계자는 "MS가 윈도우 시스템을 강제적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이유는 내년까지 전 세계 10억대의 디바이스에 윈도우10을 탑재하겠다 목표 때문"이라며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청구, 진료 프로그램이 윈도우10과 호환이 되는지 확인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6년 전에 구입한 컴퓨터라면 업그레이드를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2~3년 된 컴퓨터는 업그레이드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