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L호텔 6층.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층별 안내를 찬찬히 들여다봐야지만 이 건물에 '의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층별 안내에도 의원 이름은 없다. '다리성형전문클리닉'이라고만 돼 있다.
때문에 워크인(walk-in) 환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철저히 예약제로 운영된다.
이곳은 하피스 의원이다. 2년 전인 2014년 2호점을 열었다. 김은상 원장이 2호점을 이끌고 있다.
하피스의원은 '다리 성형'을 전면에 내세우고 특화 한 곳. 김은상 원장은 2011년부터 합류해 다리, 그중에서도 '종아리 성형'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김은상 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다. '재활의학과 의사가 성형을?' 이라는 시선도 있었단다. 김 원장조차도 처음부터 확신은 없었다.
그는 "다리 성형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도 그렇지만 나조차도 반신반의했다. 고객층이 꾸준히 있어야 하는데 니드가 그렇게 많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면서도 "위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생각에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다리 성형의 근원을 재활의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즉, 재활의학과 의사이기 때문에 '특화'가 가능했다는 것.
사람은 사고 등으로 중추신경이 다치면 사지가 강직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간병하는 사람도 고통을 받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때 강직을 풀어주는 시술 등을 한다. 여기서 다리성형이 기원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의료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활의학과에서는 근육과 신경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근전도 기기를 이용하는 몇 안되는 진료과 중 하나입니다. 운동을 하는 다리근육을 성형하기 위해서는 특화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원장은 "다리성형이라고 무조건 예뻐진다는 미용적인 목적으로만 환자들이 찾는 게 아니다"며 "다리가 잘못되면 걷지 못한다는 부담을 환자들이 더 크게 느끼고 있어, 신중하다. 특히 미용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래 서있는 직업이라서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환자가 많이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육으로 인해 다리가 쥐가 많이 나는 환자, 과거 사고나 소아마비 등으로 다리 굵기가 비대칭인 환자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해외환자 고려 위치선정…경영 불안감은 공존"
그의 도전은 틀리지 않았다. 6년째 다리 성형을 하고 있는데다 2호점까지 열게 된 것. 2년 전 개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쓴 부분은 단연 '위치'였다.
"의원 위치를 들었을 때 누구나 알 수 있는 곳이면서 장기적으로 해외 환자 유치까지 고려했습니다. 다리 성형에 대한 니드(needs, 요구)는 일본과 중국 등 동양계에 특히 많습니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위치를 계속 찾았죠."
위치를 확정했다면 다음은 인테리어. 그는 환자를 제일 먼저 만나는 진료실에 가장 많은 신경을 쏟았다. 김 원장은 진료실을 가장 자랑하고 싶은 공간이라고도 했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상담 책상과 소파가 있다.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는 없었다. 등받이 없는 둥근 안장의 보조의자말이다.
"예전부터 의사와 환자를 구분 짓는 진료실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구분 지으면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소통을 해야 의사도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고, 거기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라도 편하게 만들어 이야기 할 수 있게 거실 분위기를 연출했죠."
김은상 원장은 편안한 진료실에서 미리 촬영한 환자의 종아리 부분을 함께 보며 치료 방법에 대해 상담한다. 상담에 쏟는 시간만도 짧으면 15분, 길면 30분이다.
다리 성형 분야로만 특화를 하다 보니 물론 단점도 있다고 한다. 바로 불안감이다.
"계절에 따라 환자 숫자에 차이가 있어 환자가 없는 시기에는 경영에 대한 불안감을 무시 못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직 다리 성형이라는 것이 알려지기보다는 알려져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