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 전화상담 수용 여부에 대해 시도의사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작은 의사회 단위에서 시범사업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수가가 주어지는데다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의료계가 주도해 제도를 수정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 광역시 A구의사회는 일찌감치 시범사업에 참여키로 결정짓고, 최근 내과와 가정의학과 원장 30여명을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개최했다.
A구의사회 관계자는 "A구에는 200명의 의사가 있는데 이 중 내과 계열이 100명 정도다. 이 중 30명 정도만 참여해도 관리 환자수는 3000명이 된다"며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인원이다. 이 결과로 의료계가 정부에 역제안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 인원이 적다면 A구 보다 지역이 더 넓고 인원이 많은 B구와 협력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A구의사회는 설명회를 통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방법과 수가 등을 안내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의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혈당, 혈압계 사용방법 등을 교육한다. 교육은 시범사업 참여 의원에 직접 방문해서 이뤄진다.
복지부가 생각하고 있는 수가(안)는 ▲대면진찰로 이뤄지는 만성질환 관리 계획 수립, 점검 및 평가는 9270원 ▲주 1회 이상 환자 혈압, 혈당 등 정보 확인, 월 2회 이상 리마인드 서비스를 제공하면 1만520원(지속 관찰 관리료) ▲전화상담료는 7510원(최대 월 2회까지 인정)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월평균 2만7300원, 최대 3만4810원이 된다.
설명회 후에는 참석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시범사업을 했을 때 환자들의 이익, 시범사업 대상 환자 범위, 처방전 발급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A구의사회 관계자는 "시범 사업은 기존에 보고 있던 만성질환 재진환자가 대상"이라며 "환자는 전담주치의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받을 수 있고 거리상, 시간적으로 면담이 어려울 때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의사회에서 주관해 (시범사업을) 진행하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대로 시범사업을 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논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의사회는 A구의사회뿐만 아니다. 한 도의사회 산하 C 시의사회도 최근 시범사업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상위의사회에 제출했다.
이 의사회 관계자는 "시범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한번 참여해보자는 의견을 내는 이사들의 의견이 이전보다 늘었다"며 "이사들의 의견을 그대로 상위 의사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역단위 의사회가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아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사회 한 회원은 "가장 작은 단위의 의사회가 상위 의사회에 의견을 제시하고, 시도의사회는 취합된 의견들을 다시 의협으로 보내 의협이 그 내용을 참고로 분명한 입장을 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회원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어떤 방향의 입장이든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의협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