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넘버 원'이었다. B형간염약 바라크루드(성분명 엔테카비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 전문의약품(ETC) 시장에서 바라크루드가 남긴 기록은 수치만으로도 설명된다.
7년 연속 B형간염치료제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는 물론, 5년 연속 전체 ETC 시장 왕좌에까지 올랐다. 또 국내 론칭된 ETC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1800억원대의 처방액을 찍기도 했다.
제약계 관계자는 "이런 기록을 깰 수 있는 품목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랬던 바라크루드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작년 10월, 특허만료로 인한 약가인하와 제네릭 공세를 겪으며 처방액이 3위로 주춤한 것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바라크루드의 올 상반기 매출은 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906억원과 비교해 41%가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추락'의 조짐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바라크루드는 건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매출감소 41% 중 30%는 약가인하였고, 그외 10%는 제네릭 출시 여파였다.
70여개의 바라크루드 제네릭이 발매됐지만 그에 따른 매출감소는 10%에 그쳤다. 게다가 이러한 타격도 9월 2차 약하인하 이후 자연스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가격차가 더욱 좁혀지면 하루에 1000원 미만으로 바라크루드를 처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IMS헬스 보고서는 바라크루드 건재함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바라크루드 제네릭의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12%로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88%는 여전히 오리지널약을 선택했다.
바라크루드의 처방액은 '넘버3'로 줄었지만, 입지는 결코 좁아지지 않았다.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은 말한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가격이 비슷한데 복용해오던 오리지널 제품을 굳이 제네릭으로 바꿀 이유가 있겠냐"고.
오랜시간 바라크루드를 복용해 온 B형간염 환자의 충성도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 누가 이런 바라크루드를 추락했다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