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행을 앞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접한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이다. 김 변호사는 보험법 전문 변호사로 보험금 청구 사건과 보험사기 등 보험 관련 형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8일 김 변호사를 만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대해 '왜' 의문을 가지게 됐는지부터 의료기관들이 이 법에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대응책까지 들어봤다.
"이미 형법에서 처벌하고 있는 죄…법 제정 자체에 의미"
보험사기죄와 보험사기 방조죄는 이미 형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더해진 셈.
하지만 벌칙 조항은 기존에 적용하던 법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단 벌금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아졌다.
김 변호사는 "보험사기특별법은 벌금 상한액만 올라갔다"며 "벌금이 2000만원 정도 되면 실형이 선고된다. 2000만원은 보통 상징적 금액인데 이를 5000만원으로 올린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기를 규제하기 위한 별도의 법이 일단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계속 살을 붙여 나갈 수 있게 됐다"며 "보험사들이 자신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법이 생겼으니 계속 경계하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의료기관의 부당함 항변 절차 없다"
김 변호사가 보험사기특별법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조항은 5조 보험계약자 등의 보호와 7조 수사기관의 입원적정성 심사의뢰 조항이다.
특히 입원적정성 심사의뢰 조항은 의료기관도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부분.
김 변호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문성은 있지만 적정성을 평가하는 게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의료기관이 보험사와 심평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는 앞서 시행된 심평원의 자동차보험 심사 위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사고 환자의 특수성은 배제한 채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삭감이 이뤄지자 병의원들은 교통사고 환자 치료를 꺼리는 상황까지 왔다.
김 변호사는 "보험사기 재판에 가보면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입원시키면 사기라고 보는 분위기"라며 "환자가 통원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집과 병원 거리가 멀거나 보호자가 없거나, 입원으로 치료기간이 단축되는 등의 이유가 있으면 충분히 환자에게 입원을 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치료 목적상 바람직한 선택을 했지만 심평원이 건강보험 기준을 적용해 과잉 입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사기 혐의로 받을 수 있게 된다"며 "나아가 환자가 보험사기죄로 기소라도 된다면 건강보험공단은 병원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환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기관의 의뢰,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 후 회신의 과정에서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억울해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지금도 수사기관이 심평원에 입원 적정성 여부를 물으면 심평원은 대다수를 과잉 입원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사기 사건이라는 편견을 갖고 다시 심사를 해서 그런지 과거에 적정하다고 했던 심사 결과를 뒤집는 결론을 내놓기가 일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병원들은 심평원에 입원이 적정했는지에 대해 항변할 수 있는 어떤 절차도 없다"며 "수사나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과라면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김 변호사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이 고민해야 할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입원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항변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기 대처법 "꼼꼼해져야"
그렇다면 법 시행이 코앞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병의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보다 꼼꼼해져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답이다.
그는 "사실 보험사기 사건에 연루되는 의사 비율은 전체 보험사기 사건 중 10%도 되지 않는다"며 "그 10% 중에서도 3분의1은 사무장병원이며 요양병원, 한방볍원이 특히 많다. 급성기 병원들은 사실 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보험사기방지법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며 "입원 관련 기록을 꼼꼼하게 남기면 문제에 휘말리더라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계환 변호사가 제시하는 보험사기 연루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환자가 입원 기간 동안 외출 또는 외박을 했다면 입퇴원확인서에도 기록해 놓는다.
허위 입원 관련 보험사기에서 외출 외박 기록이 가장 중요한데 진료기록에 잘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에 내는 자료는 입퇴원확인서인데 여기에 외출 외박 기록을 해놓는 게 좋다.
▲간호기록지와 검사기록지는 적어도 10년 이상 보관토록 한다.
환자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게 간호기록지와 검사기록지인데 보존 기간이 5년이다. 보통 보험사기 공소시효는 10년인데 문제를 삼을 때 6~7년의 기록을 수사한다. 이때 검사기록지와 간호기록지가 없으면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실제 검사 오더는 있는데, 검사기록지가 없어서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과기록지나 진료기록에 환자 입원 당시 상태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진료를 꼼꼼히 한 후 입원을 선택했다는 보여줘야 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시진과 문진을 통한 객관적 증세를 자세히 기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통증을 호소한다면 통증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강직 정도는 어떤지 등을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다. 의원과 중소병원은 기록이 너무 간단하다. 대형병원은 초기 간호기록지를 보면 환자 소변량까지 적어놓는 정도라고 한다.
▲환자 병력(History)란을 비워두지 않는다.
환자에게 가장 최근 입원했던 병원과 질병명을 꼭 물어보고 있다면 기입해 놓는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입원을 하는 보험사기범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병력을 공란으로 두면 의심을 명쾌하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