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조건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관련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임신중절수술(낙태)=비도덕' 항목을 제외하는 것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산회) 김동석 회장은 9일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각오를 드러냈다.
앞서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총 8가진데, 이 중 하나가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가 들어 있다.
김 회장은 "다음달 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갖는데 이후에도 이 항목이 빠지지 않는다면 낙태금지 선언을 하겠다"며 "산부인과 의사 단 한 명도 중절 수술을 하지 않도록 움직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임신중절 수술을 좋아하는 의사가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의사 입장에서 중절 수술을 국가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면 된다. 하지만 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지금도 중절 수술이 제한적이다. 무뇌아는 태어나면 바로 죽는지 알면서도 중절 수술을 할 수 없다"며 "당장 미성년자 임신은 국가에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임신중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는 게 직산회의 생각.
김 회장은 "임신중절은 산부인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라며 "전 세계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나라는 사회경제적 사유도 꼭 넣는다고 한다. 의사들이 중절 수술을 거부하면 결국 환자들은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까지 가서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동욱 경기지회장도 "낙태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나와 있는 게 없다"며 "해결책도 없는 상황에서 처벌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상식 이하의 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산회는 임신중절 수술 거부와 함께 법적 대응도 함께 나설 예정이다.
김 회장은 "낙태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도 4대 4로 의견이 팽팽히 갈려 합법화가 부결된 부분"이라며 "회원이 원한다면 헌법소원 제기를 의사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다. 또 입법청원을 해서 외국과 같은 충분한 사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복환 법제이사도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4명의 재판관이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법이 위헌이라고 했다"며 "그 당시 위헌 의견을 보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봤고, 낙태 허용 기준을 임신 12주로 봤으며, 사회경제적인 이유 등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태 문제는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안을 통해 위헌 판결을 받아야 한다"며 "의사회가 나서서 할 수 없고 개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회가 후방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직산회는 산전 초음파 급여화 시작과 동시에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직산회는 학술대회 도중 '건보재정 20조 흑자, 산모 본인부담금 5% 보장하라!', '임신 20주 이후 단 2회 초음파 급여가 웬 말이냐! 산모, 태아 건강 위협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산모 초음파 급여화 졸속 추진 반대 궐기대회를 가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사실 산모들은 바우처 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초음파 급여화 자체를 잘 모른다"며 "산모한테 물어보면 진찰, 출산 비용에 대한 부담보다 산후조리원, 그 외 질병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런 이유로 산전초음파 급여화를 절대 반대해왔는데 시행했다가 바로 부작용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산모를 위한다면 비용에 대해 환자 부담금이 늘어났기 때문에 산모 본인부담률을 5%로 낮춰야 한다"며 "도플러 초음파 가산금이 10% 있는데, 환자 부담금은 1000원, 2000원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가 도플러를 하면 안 된다 하고 쌍태아 가산율을 줄인다고 한다. 급여화와 동시에 수가만 낮아지게 생겼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