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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정부 못믿겠다" 김영란법 지침 만드는 병원들

박양명
발행날짜: 2016-10-18 05:00:59

쏟아지는 질문에 청탁업무담당자 골머리…자체 가이드라인 제작

"축의금으로 15만원을 받았다. 김영란법 위반이 걱정돼 돌려줘야 한다면?"

이 같은 질문에 권익위원회는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10만원)를 넘은 5만원만 돌려주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오락가락하는 유권해석에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

17일 병원계에 따르면 정부는 왔다 갔다 유권해석을 내리고, 교직원들은 법의 저촉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내고 있어 병원 내 청탁 업무 담당 직원들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급기야 청탁업무담당관들이 김영란법을 병원 직원들에게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는지 자체 지침을 만드는 작업까지 하는 병원도 등장했다.

자료사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부정청탁 금지 등을 담당하는 담당관을 둬야 한다. 정부 유권해석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자체적으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기도 C대학병원은 현재 청탁금지법에 따른 징계 등 처리 기준을 만들고 있다. 청탁방지 담당 부서에 관련 질문이 쏟아지고, 권익위의 유권해석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내부 단속을 보다 철저히 하기 위함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과 동창회 임원을 맡았는데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임원과 식사를 했을 때 밥값은 어떡하나 등 김영란법과 관련한 질문 등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유권해석도 수시로 바뀌어 구체적인 사례가 형성될 때까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청탁담당 직원이 김영란법 관련 문의나 신고를 받았을 때 어떤 것을 징계 의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C대학병원이 만들고 있는 청탁금지법에 따른 처리 기준에는 청탁금지법에 따른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는 조항과 징계가 필요한 조항을 두고 있다.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고 종결을 할 수 있는 항목은 총 13개로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를 확인할 수 없을 때, 신고자가 청탁방지 담당자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밝히길 꺼려할 때, 신고자가 신고 대상 외 증거 등을 제출하지 않을 때, 새로운 증거 없이 제기된 반복 신고일 때 등이다.

반면, 교직원이 외부강의 등의 신고를 하지 않을 때, 착오나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2회 이상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을 때, 사적 연고나 사적 이익의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 자신의 소관 직무를 수행했을 때, 병원장이 외부강의 등을 제한한 경우에도 강행했을 때 등 총 8개 항목을 정하고 이를 어겼을 때는 징계 여부를 심의한다.

서울 S대학병원은 부서마다 지급되는 카드 사용 지침을 만들었다. 법인카드 사용일자, 활동 내용, 사용이유 등을 자세히 적어서 보고하는 것은 기본. 1인당 적용되는 금액을 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S대학병원 관계자는 "골프약속은 물론 부서 회식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유권해석이 정리되는 분위기가 될 때까지는 자중하자는 상황"이라며 "내부 지침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