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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산업협회 '간납사 철폐' 종지부 배수의 진?

정희석
발행날짜: 2016-10-20 02:15:36

복지부, 20일 간담회…서울대병원·이지메디컴·케어캠프 한 자리에

"의료기관 개설자와 특수관계인이 도매상을 직접 개설하거나 도매상을 지배하는 법인 지분을 소유·우회해서 도매상을 경영하는 것을 금지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2009년 9월 약사법 개정을 위해 발의한 법안 내용이다.

이 법안은 2011년 4월 본회의를 통과하고 같은 해 6월 공포됐다.

당초 관련 법안 취지는 불합리한 의약품 유통구조를 바로 잡기 위함이었다.

의약품 수요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약품 도매상을 동시에 영위할 경우 그 관계를 이용해 의약품 실거래가를 부풀리고 다른 의약품 도매상의 의약품 공급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불공정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금지 규정’을 담고 있는 약사법과 달리 현행 의료기기법은 심각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일삼는 의료기관의 특수관계인에 의해 운영되는 ‘간납사’(구매대행업체·GPO)를 규제할 수 있는 관련 법 규정이 없다.

의료기기업계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의료기기 유통질서 교란을 이유로 간납사 철폐를 주장하는 동시에 대정부 건의로 약사법과 같은 의료기기법 개정을 줄기차게 촉구해온 이유다.

특히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 종합감사에서 전혜숙 의원은 서울대병원이 특수 관계에 있는 간납사 이지메디컴을 사실상 직영도매로 지배·운영하고 있는 점을 복지부에 지적했다.

이를 도화선으로 의료기기업계의 간납사 철폐 주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본지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2시 심평원에서 서울대병원, 간납사 이지메디컴·케어캠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19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국감에서 서울대병원과 사실상 특수 관계에 있는 이지메디컴과의 의약품·의료기기 거래 문제가 불거지면서 복지부가 서울대병원·간납사·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혜숙 의원이 국정감사 질의자료에서 공개한 이지메디컴 지배구조
이어 "이지메디컴의 서울대병원 구매대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만큼 복지부가 의견 수렴과 검토를 거쳐 서울대병원에 시정명령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협회 간납 철폐 TF팀 한 위원은 "종합감사에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이지메디컴 주식 보유와 이사회 참여가 문제로 지적받았다"며 "특히 전혜숙 의원이 서울대병원과 이지메디컴의 거래 제한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서울대병원 입장에서도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이 국감을 계기로 이지메디컴과의 구매대행 계약을 파기하고 조달청 나라장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전혜숙 의원은 국감에서 비싼 수수료 때문에 이지메디컴과 거래를 끊고 나라장터를 이용한 국립대병원인 제주대병원의 이용 수수료율이 약 0.18% 내지 0.2% 수준인데 반해 서울대병원은 2배가 넘는 0.48%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나라장터를 이용할 경우 이지메디컴 존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메디컴이 서울대병원에서 받는 연간 수수료는 약 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19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서울대병원은 연간 수수료 규모가 가장 큰 중요한 고객병원"이라며 "대략 60억에서 7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업계는 특히 협회가 간담회에서 간납사 철폐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강력한 의견 개진을 할지 아니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미온적 입장표명에 그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협회 회원사 한 관계자는 "국감을 통해 서울대병원과 이지메디컴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협회가 배수의 진을 치고 복지부와 서울대병원에 간납사 퇴출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협회 임원은 "현실적으로 업계 입장에서 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을 압박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간 협회가 제기해왔던 간납사 폐해를 재차 지적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당초 불참하려다 19일 돌연 입장을 바꿔 간담회에 참석키로 한 이지메디컴은 20일 오전 중 내부 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투명하고 선진화된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한 병원·구매대행업체·업계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내용을 들어보고 공정하게 사실 확인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