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기기 자체가 아니라 판독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문제 삼는 것 아닌가."
현대의료기기 초음파로 자궁내막증을 진단, 치료하고 카복시로 비만치료를 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의사들에게 재판장이 던진 질문이다.
이에 한의사들은 "현대 과학기술을 이용해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보다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인식)는 20일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의사 2명에 대한 최종변론 시간을 가졌다. 앞서 1심 법원은 이들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의사 2명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 측은 약 한 시간에 걸쳐 한의사의 초음파, 카복시 사용의 정당함을 주장했다.
"과학의 발달로 만들어진 의료기기를 사용해 서양의학적 원리가 아니라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진단과 치료를 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었다.
변호인은 "초음파는 서양의학이 아닌 물리학적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다"며 "현대 과학은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무조건 생각하는 게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학적으로 개발한 기기를 이용해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분석하고 진단한 다음 한의학적 의료행위를 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위하(위가 아래로 내려가 있음), 위완(위가 느슨해짐), 어혈(피멍) 등 서양의학에는 없는 한의학적 개념의 질병을 초음파로 보다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초음파로 접촉하는 부위는 한의학에 말하는 촉진 자리다. 손으로 만져보던 곳에 초음파 진단 기기를 갖다 대는 것"이라며 "카복시도 기존에 몸에 침을 놓던 혈자리에 기의 일종인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부라는 말은 동의보감에 존재했던 것으로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조건 서양의학적 원리가 아니다"며 "초음파로 진단의 정확성, 구체성, 치료의 안전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최근 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및 프락셀 레이저 시술,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허용 판례도 동원했다.
그는 "의료행위 개념 자체가 고정된 게 아니라 포괄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국민건강, 안전성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최근 판례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현대의료기기를 썼으니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초음파와 카복시 진단과 치료에 대한 교육도 한의대에서 충분히 받고 있으며 오히려 의대에서는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의사들도 영상 진단은 영상의학 전문의가 봐야 한다고 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실조회 회신 결과 전체 의료기관 1만4340곳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상근하는 곳은 1355곳에 불과했다. 1%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한의대에서는 해부학도 180~270시간씩 받으며 진단학, 방사선학을 전공필수로 듣는다. 초음파 이론 실습교육도 받는다"며 "카복시 사용 원리는 침구의학, 경피기주요법 등에서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에는 초음파 관련 교육과정이 없고, 임상초음파학회 전 이사장은 초음파 교육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의대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언론 인터뷰까지 했다"며 "카복시 사용 교육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한의대 교육 내용들은 나열하며 "누가 더 안전한 교육을 받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종 변론을 들은 박인식 판사는 "검찰도 참고 자료로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서를 냈는데, 변호인이 발표한 의대 교육 여부, 안전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판례 등을 잘 참고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