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가능성을 보이며 훈훈했던 분위기가 불과 하루만에 얼었다. 정관이 발목을 잡은 것. 두 쪽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야기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1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구)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회원 투표로 회장 선거 방식을 묻더라도 정관개정을 해야 회장선거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배 이사장은 (구)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전 회장, 김승일 의장, 서울지회 한형장 고문,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과 산부인과의사회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산부인과학회가 나서서 전체 회원에게 직선제와 간선제 중 선호하는 회장선거 방식을 묻고, 결정되는 방식에 따라 회장선거를 실시하기로 한 게 주 내용이다. 배 이사장은 합의 내용을 서신문 형태로 공표했다.
이에 (구)산부인과의사회는 전체 회원에게 회장선거 방식을 묻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방식이 결정된 후 정관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합의안 도출 자리에 참석했던 김승일 의장과 박노준 전 회장은 "배덕수 이사장의 발표문이 일방적이라서 수긍할 수 없다"며 "직선제를 원하면 정관개정을 해야 한다. 정관에 따른 절차를 밟아서 정관을 개정해야만 추후 또다른 소송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산부인과의사회는 이미 12월 대의원총회를 예정에 둔 상황에서 회장 및 감사 선거 공고를 내고 후보자 등록을 받고 있는 상황.
(구)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변호사로 관선 회장이 선임된 상황에서 이미 회장직무가 정지 된 전임 회장과 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두 단체의 단일화를 전제로 회장선거 방식에 대해 설문조사 하고, 정관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이 개정돼야 직선제 선거를 할 수 있지, 정관은 간선제인데 무시하고 선거를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배 이사장은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단체 내부 약속인 정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와 같은 비상 시국에서는 전체 회원의 민의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회원 뜻을 따르는 것이 정관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관만 핑계 삼아 결국 학회와 각 단체 대표와 원로가 겨우 이끌어낸 합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태에 이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앞으로도 학회는 의사회가 통합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단일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동석 회장은 "4번이나 실패한 대의원총회를 또 한다고 한다"며 "두 의사회를 통합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원 설문 결과 직선제가 나오면 대의원총회에서 부결시켜 버리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민주주의를 기만하고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