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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약 승인 지연…'효과 검증 어려운 탓'

원종혁
발행날짜: 2016-11-25 05:00:00

솔라네주맙 개발 중단 선언…아밀로이드 타깃 or BACE 억제?

효과 검증이 어려운 탓에 최초 알츠하이머약의 탄생도 번번이 좌초하고 있다.

그 가운데 첫 알츠하이머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솔라네주맙(solanezumab)'이 최근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효과 검증 단계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솔라네주맙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릴리는 "알츠하이머의 경도 치매약으로는 승인신청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솔라네주맙은 알츠하이머약의 최신 개발 트렌드인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을 타깃하는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다.

이들 계열 약물은 시판 중인 아리셉트, 나멘다, 엑셀론 등의 인지기능 치료제와 선을 긋는, 본격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거론되고 있다.

최종 포기선언을 택한 이유는 뭘까?

치료에 따른 혜택은 어느 정도 보장됐지만 솔라네주맙의 효과가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였다.

경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EXPEDITION3 결과에 따르면, 위약군에 비해 인지기능의 악화를 늦추지 못했다는 결론이었다.

이미 솔라네주맙은 2012년 상태가 심각한 진행성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대상의 3상임상에서 두 차례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런데 이들 중 비교적 증상이 약한 경도의 알츠하이머 환자에선 인지기능 악화 속도가 느려짐을 확인하고 이번 EXPEDITION3 임상을 통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치매학회 김상윤 명예회장(분당서울대병원)은 "치매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약을 만드는 자체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효과를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약 효과 검증에만 최소 3조원이 드는 작업이다. 이마저도 입증 가능성은 10% 미만이니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전구체 차단 'BACE 억제제' 개발 경쟁 치열

하지만 릴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파이프라인에서 솔라네주맙 카드를 아예 버리진 않았다.

솔라네주맙은 '알츠하이머 전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틀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손잡고 BACE 억제제인 'AZD3293(실험약물)'의 3상임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BACE 억제제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솔라네주맙보다 기전상 윗단계를 차단하는 약물이다.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PP)이 베타 아밀로이드로 전환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것.

다수의 기업이 기대주로 부상한 BACE 억제제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황. ▲바이오젠은 에자이와 BACE억제제 'E2609'의 2상임상 ▲GSK 'GSK933776' 2상 ▲MSD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 3상 ▲암젠과 노바티스는 'CNP520' 후기임상에 착수했다.

아밀로이드 축적 타깃 약물 줄줄이 고배…차별 전략 '아두카누맙' 기대해 볼만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막는 타깃 치료제들의 실패사례는 여럿된다.

화이자의 바피뉴주맙(bapineuzumab)과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역시 3상임상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혜택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아밀로이드의 축적은 뇌의 병리변화에 분명 트리거로 작용을 하지만, 작동기전엔 무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오는 12월 8일 열리는 CTAD(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 미팅에선 릴리가 아밀로이드 타깃 알츠하이머약의 역할과 관련해 EXPEDITION3 결과를 발표하고 개발사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알츠하이머약 개발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물질은 미국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거론된다. 해당 약물은 개발이 중단된 솔라네주맙과는 다른 항체로 투약 용량부터 대상 환자까지 완전히 다른 개념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상윤 회장은 "현재로서는 아두카누맙에 기대가 된다. 이 약은 다른 치료제와 용량 및 매커니즘에서 차이가 있는데, 다른 제약사도 아두카누맙의 3상 결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